[문화산책] 꿈=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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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7 08:06  |  수정 2018-04-17 08:06  |  발행일 2018-04-17 제25면
[문화산책] 꿈=직업(?)
박영빈 (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나의 꿈은 기자였다. 어렸을 때 TV 뉴스를 보면서 또박또박 소식을 전하는 여기자의 모습을 동경했고 그래서인지 대학에 입학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언론정보학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교내 언론사 기자로 활동했고 편집국장으로 마쳤다.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면서 여러 번 낙방했고 그 시기에 누구나 그렇듯 미래를 고민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겉으로 보이는 그럴듯한 모습에만 반해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면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취재 과정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음을 알았다. 기자이기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두루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인터뷰 기사 쓰기를 좋아했는데 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을 파악하고 그 느낌을 온전히 글로 표현할 때 다른 유형의 기사 쓰기보다 잘 써졌고 또 잘 쓴다고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결국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더 이상 나에겐 꿈이 없는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이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었다. 그러면서 내가 맡은 업무를 적성에 맞추어 그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예술 교육 프로그램 기획이었다. 처음에는 전공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에 두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특강 기획을 하면서 이 일이 기자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기사를 독자가 읽고 그들의 마음 또는 의식을 변화시킨다. 강연 또한 내가 섭외한 명사를 관객들이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 감동을 주거나 생각을 일깨운다. 그렇게 표현의 형태는 다르지만 과정이 일맥상통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꼭 기자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 아니다. 그랬기에 나는 마치 나의 꿈을 이룬 기분이 들어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환상적 생각’의 저자이기도 한 건축가 백희성은 꿈이란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 정의한다. 직업은 단지 꿈을 위한 도구라고. 기자가 되지 못했다고 꿈을 못 이룬 것이 아니었다. 내 꿈은 직업이 무엇이 되었든 그 형태를 빌려 내 생각을 만드는 일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백희성은 건축가이면서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화가이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나의 직업으로는 자신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단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꿈꾼다. 언젠가 나만의 스토리로 책을 써보고 싶다. 요즘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지 않더라도 누구나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은가. 그렇게 내 생각으로 담은 책을 독자들과 공감하며 또 한 번 ‘나’에게 가까워지기를 꿈꿔본다. 나의 직업은 박영빈입니다. 박영빈 (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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