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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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8   |  발행일 2018-04-18 제30면   |  수정 2018-04-18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쑥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쑥
<전통음식전문가>

따뜻한 봄이 되니 들녘에 쑥을 캐는 사람이 많다. 옛날 먹거리가 부족한 춘궁기 시절 곡식가루를 조금 넣고 쑥을 잔뜩 넣어 버무린 쑥 버무리를 비롯해 어린 쑥을 이용한 쑥국·쑥떡 등은 당시 구황식품으로 큰 역할을 했다. 옛 고향 정취와 배고픈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식품이자 약초다. 대부분의 꽃들은 벌·나비 등 벌레가 수정해주는 충매화인데 반해 쑥은 바람에 의해 수정되는 풍매화이기 때문에 척박한 땅이나 해풍이 강한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닮은 듯하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중 ‘시신유령 애일주 산이십매일(時神遺靈 艾一炷 蒜二十枚日)’이라는 말이 나온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 개를 매일 주면서라는 쑥과 마늘 이야기다. 이렇듯이 쑥은 단군신화를 시작으로 우리 민족과 같이 해온 친숙한 식물이다. 선조들은 쑥을 말려 약초로 이용해서 먹기도 했지만 쑥 달인 물로 몸도 씻고 병 치료를 위해 말린 쑥으로 뜸을 뜨기도 했다.

“쑥은 독이 없으며 오장(五臟)의 좋지 않은 기운과 풍습(風濕)을 다스리며 천행시질(天行時疾)같은 나쁜 전염병과 학질에 좋다”고 본초강목에 기록되어 있다. 민간요법으로 토혈(吐血)이나 하혈(下血)에도 달여 먹었고 치질이나 종기는 물론 옴이나 부스럼·습진 등 잘 낫지 않는 피부병에도 쑥을 끓인 물을 애용했다고 한다. “7년 묵은 병도 3년 묵은 쑥으로 다스린다”는 말도 있다. 옛말에 3월에 인진쑥, 4월에 개똥쑥이라 하여 3월에 채취한 쑥이 약효가 좋고 여름철 쑥은 독이 있다고 했다. 쑥은 쑥쑥 잘 자란다하여 쑥이라 불린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으로 잿더미가 된 땅에도 제일 먼저 살아나온 식물이 바로 쑥이다. 단옷날 궁중에서는 쑥을 이용해 호랑이 모형을 만들고, 백성들은 이사할 때 짐을 들이기 전 집 네 모퉁이에 쑥을 태워 악귀를 쫓은 다음 이삿짐을 들였다. 서양에서도 이동이 많은 집시도 건조한 쑥을 태워 악귀를 쫓아내고 역병도 치료했다고 한다. 난중일기에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포상을 위해 회식을 자주 열어 술을 마셨다는 얘기가 있다. 술은 성질이 뜨거워 많이 마시면 습열을 일으킨다. 충무공께서도 발열과 답답한 증상인 습열로 고생하셨다고 한다. 난중일기에 병사들이 사철쑥을 베어 바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몸의 습열을 없애기 위해 한의학에서는 ‘인진호’라는 쑥을 쓴다. 쑥을 이용한 도다리 쑥국은 습열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다. 지금도 통영지역의 봄철 대표음식은 도다리 쑥국으로, 숙취 해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봄철 도다리 쑥국을 세 번 먹으면 한 해 건강 걱정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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