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 송국건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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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9   |  발행일 2018-04-19 제7면   |  수정 2018-04-19
“한국당 TK 국가적 위기의식 결여…자유민주주의 수호 모임 필요”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내세울 후보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홍준표 대표가 직접 나서거나 다른 중진의원들이 영입을 추진한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이 줄줄이 고사한 까닭이다. 결국 홍 대표는 대구에 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불러들여 경선 없이 공천을 줬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추대 결의식’도 열었다. 추대식에서 홍 대표는 김 전 도지사에 대해 “1996년 정치에 함께 입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혼이 맑은 남자’”라고 했다. 김 전 도지사는 “철 지난 사회주의 좌파의 수도를 이전하자는 그릇된 생각에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져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런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결의를 다졌다. 영천이 고향으로 경북고를 나온 김 전 도지사는 경기도 ‘부천 소사’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고 경기도지사 재선을 지낸 뒤 2016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대구로 귀환했다. ‘수성구갑’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았으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패했다. 김 전 도지사가 직접 출마한 선거(대선후보 경선 제외)에서 진 건 그때가 처음이다. 20대 총선 후 2년 동안 대구 수성구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서울에 출진(出陣)한 김 전 도지사는 대구·경북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표밭을 누비고 있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즉각 응했다.

20180419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6일 한국당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대구행도, 지금의 서울행도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인사도 제대로 못드린 대구시민들에게 영남일보를 통해 다시 한번 용서를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캠프가 있는 서울 여의도 한국당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지난 16일 오후 진행된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문수 후보는 “대구로 갈 때도, 서울로 올 때도 욕을 실컷 먹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2년 전 대구로 간 것도, 지금 서울로 온 것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과거에도 수도권에서 정치를 하던 조순형·유시민 전 의원이 대구 수성구에 출마했다가 패배하자 대구를 떠났던 적이 있는데요.

“심지어 저는 ‘수성구에 뼈를 묻겠다’고까지 했었죠. 그런데 죄송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왔습니다. 저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지만 더 중요한 건 좌파 광풍의 시대를 맞아서 나라의 위기, 자유민주의의 위기가 왔기 때문에 이 광풍을 좀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당에서 거기에 적합한 사람으로 저를 꼽아서 대구에서 불러올려 서울시장으로 공천한 거죠. 당신이 싸워서 막아보자고…. 제가 경기도지사로서의 지방자치 행정 경험도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선봉장이 되려고 ‘서울 수복’의 명을 받고 대구에서 왔어요.”

▶이번 지방선거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여부를 가름할 분수령으로 보는 거군요.

“‘김문수의 서울 상륙작전’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보루로서의 수도 서울을 지켜보자는 거죠. 제가 대구로 갈 때도 역시 자유민주주의 보루인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건 문제가 있다,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서 차출된 거죠. 당시 (수성구을의) 주호영 의원이 가장 먼저 그렇게 얘기했고 이한구·유승민 의원도 마찬가지였죠. 저는 (대구의) 국회의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했었어요. 제가 좋아서라기보다 대안이 없다고 해서 내려갔는데 결국은 패배한 겁니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도 사실 대안이 마땅치 않았어요. 저도 대안을 찾으려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김용태 의원과도 얘기해보려 했는데 본인들은 안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에 차출됐는데, 하여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 후보는 인터뷰 내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지만 원래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정치 입문도 민중당에서 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노선에서 활동하다가 자본주의·자유주의로 전향한 셈이다. 김부겸 장관도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2년 전 대구行도, 지금의 서울行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선택
고향 대구는 선거 첫 패배로 아픈 곳
‘뼈를 묻겠다’ 했는데 떠나게 돼 죄송

2년 수성구갑 당협위원장 활동하며
대구는 연고 위주 정치판임을 절감
다만 ‘운동권’이 오래 전부터 존재
총선땐 다양한 세력 연합 위력 발휘



▶2년 전에 왜 ‘김부겸은 안 된다’고 생각했나요. 대구가 보수의 심장부라서 뺏기면 안 된다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안 하면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죠. (20대 총선 결과로) 우리나라가 왼쪽으로 더 기울어졌고, 대구도 김부겸 후보의 승리로 그렇게 됐죠. 민주당엔 자유민주주의자도 일부 있지만 주류는 김부겸·임종석, 이런 민중민주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봐요. 물론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대구에서 총선을 치르고 2년 동안 활동하면서 뭘 느꼈나요.

“제가 해보니까 대구에는 사상·이념적인 지도그룹이 없고, 사상·이념적인 정치판도 아니더군요. 상당히 연고 위주의 정치판입니다. 그게 ‘보수’라고 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대구에선) 자유민주주의가 어떠냐, 민중민주주의가 어떠냐, 이런 게 없습니다. 다만 ‘운동권’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어요. 그들이 큰 세를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닌데, 총선 때는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서 우리 같은 사람 참패시키는 위력을 발휘한 거죠.”

▶대구에 서운한 감정은 없나요.

“대구는 서운한 곳이기보다 아픈 곳이죠. 패배한 곳이니까…. 선거 패배는 제가 처음 맛봤는데, 그것도 고향에 가서 완전히 참패했기 때문에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죠. 제가 부족해서 진 거죠. 특별히 이유가 있겠습니까. 득표력이 없었던 거죠.”

▶대구정치도 노선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어떤 다양화를 원하는지를 생각해야죠. 김부겸 후보는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요구와 함께 개인적으로 상당한 친밀도와 득표요인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대구의 인식 자체가 그런 ‘좌-우’ 개념이라든지 민중민주주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된 그런 경험이 없다고 봐야죠.”

▶대구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네요.

“제대로 인사를 못 드리고 왔습니다. 수성구갑 당협 회의를 매주 한 번씩 했는데, 지역의 일부 어른들께만 인사드리고 왔어요. 여기 공천과정이 한 2주 걸렸는데 확정도 안 된 상태에서 인사를 다닐 수 없었던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공천 확정되고 나서는 선거가 많이 남지 않아서 인사도 못 드리고 왔어요. 그 점이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영남일보’를 통해서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리고 널리 용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대구·경북의 한국당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게 뭐라고 봅니까.

“국가적 위기의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위기에 처했는지조차도 모른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자기들은 선거에서 (무조건) 되니까. 큰 경쟁자가 없잖아요. 서울은 출마할 사람이 없어요. 저까지 왔잖아요. 구청장, 시의원 후보까지 빈곤할 정도로…. 그만큼 당으로서도 위기입니다. 위기의식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위기에 처해야 갖게 돼 있어요. 자기가 구들목에 앉아서 국가 위기를 느낀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저는 대구에서 떨어져보고 제가 인생도 오래 살아서 여러 가지로 겪어 봤을 때 그걸 느끼겠거든요. 굉장히 강하게.”

▶‘보수의 위기’라고들 하는데 동의하나요.

“저는 용어상으로 ‘보수 위기’란 말이 맞지 않다고 봐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죠. 한국의 진정한 진보는 자유민주주의자들이에요. 지금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 전교조·민노총·언론노조·전공노·참여연대, 이 사람들은 제가 볼 때는 ‘퇴보’입니다. ‘진보’가 아닙니다. 퇴보를 진보라고 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가 진정한 진보인데 이걸 보수라고 하고….”

▶그럼 자유민주주의 위기의 극복을 위해선 뭘 해야 할까요.

“늦었지만 일단 모여봐야죠. 모여서 대화와 토론을 하고, 거기서 다시 넓히고, 그런 식으로 창립대회도 하고 광고도 내고 교육 또는 집회도 하고 애를 많이 써야죠. 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젊고 참신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한국당이 박근혜·이명박 시대와 단절해야 된다고 봅니까.

“단절할 건 하고 계승할 건 계승도 해야죠. 박근혜 시대와는 불통과 무능을 단절해야죠.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크게 부패했다거나 공소장에 나온 것처럼 뇌물을 받았다거나 그렇게는 안 봐요.”

▶서울시장에 당선될 자신이 있습니까.

“남은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당 지지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당 지지도 위에 내가 추가득점을 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가 있죠. 또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높아요. 대통령 지지도가 어떻게 될 거냐, 이 두 가지 요인에 더해서 저 개인적인 요인이 좌우하겠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담=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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