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이어질땐 지역경제 쑥대밭” 긴장의 포항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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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07:18  |  수정 2018-04-20 09:07  |  발행일 2018-04-20 제3면
시민들 우려속 예의 주시
지난정권 수사로 30여곳 휴폐업
정권 바뀔때마다 잔혹사 되풀이
당시 수사 여파 지금까지 이어져
재계도 “기업과 정치 분리” 강조
20180420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퇴에 따라 새로운 수장을 맞이해야 하는 포항제철소 전경.

“회장이 사퇴했으니 또 검찰이 수사를 벌이려나. 사경 헤매고 있는데 포항 경제 또 죽이려나.” 포스코 회장 교체 때마다 검찰 수사가 이어져 오면서 포항시민들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0년 포스코 역사 동안 임기를 마친 회장은 단 한 명도 없다.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권오준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이 검찰 수사·정권과의 불화 등으로 모두 중도 하차했다. ‘연임→새 정부 출범→중도 퇴진’이 공식화 된 것이다. 더구나 권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의 행보와 흡사하다. 정 전 회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중국 방문 때 국빈 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등 대통령 행사에서 배제됐다. 정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고도 2013년 11월 국세청 세무조사 압박 속에 물러났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권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해외순방 때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배제됐다. 지난해 6월 미국 순방 땐 동행 기업인이 모두 52명이었지만 권 회장은 제외됐다. 철강 분야 무역마찰 때문에 권 회장이 참여할 명분과 이유도 있었던 만큼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권 회장 역시 과거 MB 정권에서의 비리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을 지우기 힘들어 검찰 수사가 또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포항시민과 기업은 경제가 또다시 죽을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앞서 정 전 회장과 관련, 검찰은 2015년 포스코 비자금을 밝히기 위해 8개월 동안 포스코와 협력업체 30여 곳에 대해 쌍끌이식 수사를 벌였다. 당시 수사로 포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IMF 외환위기에도 잘나갔던 포항철강산단에선 2015년 당시 19개 업체가 휴·폐업했다. 2016년에도 17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또 포스코 수사 동안 포항철강산단 주변 식당의 휴·폐업이 속출하는 등 포항 경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포항시민 이모씨(45)는 “지난 정부에서 포스코 비자금 조성과 정 전 회장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벌였다. 당시 관련 업체까지 수사가 확대되면서 포항 경제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중·장기적 사업전략을 구상해도 결국 정권이 바뀌면 실현이 불가능한 계획이 된다”며 “기업과 정치는 엄연히 분리돼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교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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