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느 야외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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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07:41  |  수정 2018-04-20 07:41  |  발행일 2018-04-20 제16면
[문화산책] 어느 야외공연 후기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우연히 풍물패들의 연합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너른 마당에 관솔불 피워놓고 치배들이 놀고 있으면 지나가던 이들은 근처 편한 곳에 걸터앉아 공연을 즐기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에 다음해 봄 동아리 정기공연을 고집스레 야외공연으로 진행했다. 그때 올린 그 공연을 새로이 재창작한 ‘2018 조선 뮤지컬-마당놀이 돈전’ 공연을 마친 지 이제 열흘 정도가 지났다.

이 공연도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첫날에는 비로 인해 공연을 중단할 뻔도 했지만, 현장을 지키고 있던 스태프들이 어디선가 천막을 가져와 객석에 설치해준 덕분에 공연을 끝까지 마칠 수가 있었다. 둘째·셋째 날에는 비온 뒤 추위와 강풍이 만만치 않았다. 바람에 대비해 누름돌을 준비해갔지만, 바람님은 우리의 짐을 잘도 이리저리 날려보내고, 팀원들은 날아다니는 짐을 붙잡으러 해맑게 광장을 뛰어다녀야 했다. 직접 공연을 하며 뛴 우리야 괜찮았지만 한자리에서 긴 시간 앉아계신 관객들에게는 추위 또한 상당한 고초였을 것이다. 이불 대신이라며 나눠드린 신문지를 보고 재미있는 콘셉트 정도로 여기신 듯 많이들 웃으셨다. 여기까지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소소하고도 낭만적인 야외공연 고생담이었지만, 그 고생들을 몇 배로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낀 바가 많다.

보통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휴대폰을 꺼야 하고, 음식물은 반입할 수 없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눠도 안 된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서 만난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참견하고 싶으면 참견하고, 실시간으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무슨 재미있는 공연을 하고 있으니 보러 오라고 홍보해주기도 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심지어 눕고 싶으면 누워서 공연을 관람했다. 원래 자신들이 주인인 일상 공간이기에 관객들이 지닐 수 있는 그 자유로움은 결코 공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연 자체의 성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관객이 온전한 주인이 되는 공연’이라는 화두로 계속 생각해봄직한 문제인 것 같다. 현장에 있는 동안 유독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공연은 오늘만 하는 것인지, 이런 공연을 보고 싶을 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화생활을 원하고 즐길 준비 또한 되어 있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 예술하는 ‘쟁이’로서 더 열심히 자주 찾아봬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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