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차기 대구은행장의 자질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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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23면   |  수정 2018-04-20
[조정래 칼럼] 차기 대구은행장의 자질

DGB금융지주 회장직과 대구은행장직 공모 신청이 지난 18일 마감됐다. 차기 회장·은행장추천위원회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기준으로 적임자를 선임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기 회장과 행장은 대구은행의 무너진 신뢰를 획기적으로 회복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지역민들이 거는 기대치도 높다. 마침 은행 내부적으로는 차기 지주회장과 은행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자격 요건과 관련 설문조사가 실시됐고, 그 결과는 혁신적 리더십을 기대하는 지역민들의 여망과 다르지 않다.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은 권한의 분산과 상호 견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조사 결과 CEO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조직관리능력과 비전 제시 항목에 이어 도덕성과 책임감이 중요한 덕목으로 꼽혔다. 박인규 전 행장이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 수사에 대처하는 일련의 행보가 무책임하고 무능했다는 게 반면교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장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외부 인사를 선호한 건 대구은행 중심에서 탈피해 금융산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능력에 방점이 찍힌 결과, 오픈 마인드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글로컬 그룹으로 변신시킬 능력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대구은행 구성원들의 이러한 견해는 적확하고 임추위 위원들의 수긍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박인규 전 행장이 용퇴를 대신한 깜짝 인사카드로 친정체제를 굳히는 과정에서 불거진 학연 등이 감점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박 전 행장에게 발탁된 임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본의와 무관하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박 전 행장이 남긴 인사 후유증이 남은 임원들에게 상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 등에서도 자유로운 인물을 원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학연·지연 등에 근거한 인사는 언제든 자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박 전 행장이 조직에 남긴 상흔은 의외로 넓고도 깊다. 무엇보다 공동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단행한 부행장 3명의 해임은 책임전가에 그쳤고, 내부 분란을 경감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행장 후보군에 퇴임 임원을 배제하자는 은행 내부의 여론은 일정 부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공동책임이나 무한책임을 물으려는 이러한 도덕적 염결성은 거듭된 악재와 조직의 흔들림에 따른 피로와 염증이 투사된 희망사항일 뿐 현실적인 조직관리와 경영 능력을 재는 유효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잘못 꿰인 첫단추의 오류에 대한 반작용으로 두드러진 잣대는 이상지향적이고 도덕 과잉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 칼럼란을 통해 박 전 행장의 퇴진 전 인사를 이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조직보다 자신의 안위와 보신에만 급급했다고. 한마디로 뜬금없는 인사였고, 사태 해결을 더 꼬이게 한 하책 중의 하책이었다. 대구은행 사태가 이처럼 파행을 거듭하자 급기야는 대구지역의 민관 기관단체장들마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대구은행이 조성한 비자금의 은전을 받지 않았냐는 수군거림과 오해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기에.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매금으로 자리에 집착하는 대구의 CEO들로 매도 당할 지경이기도 했다.

대구은행의 이같은 교착상태는 외부의 우려와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수사확대 촉구 등의 외압을 초래했다. 당시 남우세스러움과 민망함을 자초한 대구은행의 처신은 두고두고 씻어내야 할 흑역사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절름발이 행보였다. 이미지 일신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소위 깜냥이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세심한 ‘헤드 헌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구은행에 대한 지역민의 충성도는 유별나다. 지역민의 은행, 지역의 대표기업 수장으로서 공인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그건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해를 우선하는 CEO가 절실하다. 진퇴의 시기를 정확하게 가릴 줄 아는 판단력도 차기 대구은행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것 같다. 아마도 그건 보편적인 대구의 리더십으로 추천될 만할 터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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