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시골 ‘코미디 왕국’의 꿈은 좌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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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기자
  •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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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철가방극장 내달 공연중단

출연자 기근·관객 감소로 경영난

개관 8년 만에 29일 마지막 무대

“대책마련 못하면 향후 폐쇄 수순”

한적한 시골 청도에서 코미디 신드롬을 일으켰던 ‘코미디철가방극장’이 다음달부터 공연을 중단한다. 코미디철가방극장 전경.
개그맨 전유성씨의 ‘코미디철가방극장’(청도군 풍각면 수월리·이하 철가방극장)이 다음달부터 공연을 중단한다. 한동안 청도의 명물로 인기를 누려왔지만 출연자 기근에다 관람객 감소로 인한 경영난 악화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철가방극장은 ‘코미디도 배달된다’는 중국집 철가방이란 이색 콘셉트를 무기로 지역에 코미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철가방극장 관계자는 오는 29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코미디 공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그 지망생이 갈수록 줄어들어 출연자 섭외가 여의치 않고, 이같은 이유 등으로 관람객이 크게 감소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자력으로 운영난을 해결하기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향후 공연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철가방극장은 수 년째 출연자 기근에 시달려 왔다. 임시방편으로 긴급 수혈한 외부 단원 2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이 1인 다역(공연·조명·음악)을 통해 공연을 근근이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평일은 예약 위주로 공연을 하고 주말에만 하루 2~3차례 무대에 올랐다.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을 꿈꾸며 시골 청도에서 한우물을 파던 단원 가운데 2명은 최근 짐을 쌌다. 공중파 방송 등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잇따라 폐지되고, 올해 개그맨 공채시험도 치러지지 않는 등 개그계의 열악한 현실에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철가방극장은 현재 남은 5명의 단원만으로는 도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2010년 풍각면 성수월마을에 문을 연 철가방극장은 개관 이후 최근까지 4천400회를 넘는 공연을 이어왔다. 단일 공연으론 최다 기록이다.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매 공연 매진’ 돌풍을 이어가며 관람객 20만명을 불러 모았다. 금방이라도 짜장면과 짬뽕이 쏟아질 듯한 중국집 철가방 모양의 이색 공연장(건물)을 보려고 방문하는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5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철가방극장 흥행에 힘입어 ‘개나소나콘서트’와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 등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코미디 불모지나 다름없던 청도는 일약 ‘대한민국 코미디 메카’로 떠올랐다. 청도는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첫 코미디박물관인 ‘한국코미디타운’도 개관했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주말공연 매진을 이어오던 철가방극장은 지난해 중반부터 관람객이 줄어들기 시작, 올 들어선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코미디타운 개관(촌장 김웅래 전 KBS PD)에 따른 공연 일정이 겹치면서 프로그램 차별화 등에 실패해 결국 공연 중단의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다. 한때 청도 한국코미디타운 유치의 큰 동력이 됐던 철가방극장이 오히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글·사진=청도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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