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대구시장 불출마 김부겸 행안부 장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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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1   |  발행일 2018-04-21 제22면   |  수정 2018-04-21
“대구시장이란 떡 커보이는 것 맞지만 수성구민과의 신의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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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제공>

대구는 6·1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될 뻔 했다. 약 한 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론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는 김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도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쏟아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대구시민들과의 신의’를 내세워 출마하지 않고 선거관리 주무장관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대구 대표 정치인 김부겸’의 인기가 확인된 상태에서 선거에 출마할 공직자 사퇴시한을 넘겨 불출마가 확정되자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김심’(金心·김 장관의 의중)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상식 전 대구지방경찰청장은 “김부겸 장관이 말한 ‘50대 기수론’은 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고,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비서관은 “김 장관이 격려를 해줬다”고 밝혔다. 임대윤 전 동구청장은 선거사무소에 김 장관 사진을 내걸었다. 최근 서울에서 김 장관을 만나 대구시장 출마설이 나돌았을 때의 속마음과 대구정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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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얼마나 더 할진 모르겠지만
불신을 심어 줘가며 할 건 아니다

朴정부 TK사람 대거 물러났는데
文정부서 공백채울 특별한 것 없어
이번에 뽑힐 대구시장·경북도지사
발전그림 만들어 정부에 요구해야

정부 개헌안 지방분권 충분히 담아
재정분권 논의 끝나면 대국민 보고



▶민주당 대구시장 경선후보들이 ‘김심’ 마케팅에 나섰는데.

“그분들의 그런 접근이 선거법상 문제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웃음) 제게 보내주셨던 과분한 대구시민들의 지지와 사랑에 기대다보니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다. (대구지역 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사람들도) 개개인의 자질과 역량을 대구시민들께 잘 설명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구시장 자리가 욕심나지는 않았나.

“뭐 객관적으로 보면 국회의원보다야 ‘대구시장’이란 떡이 좀 더 커 보이는 건 맞지. 그런데 떡이 크고 또 지금 여론이 조금 잘 나오니까 그리 간다? 그럼 나를 지지한 분들은 ‘결국 저 친구도 이익이 크면 가는 사람이었네’라고 실망하지 않겠나. 그분들 가슴 한편에 뚫린 구멍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거다. 사실은 뭐라고 말로 복잡하게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 ‘내가 선거 주무장관이라 못 간다’ ‘신의가 아니다, 예의가 아니다’ 그러고 말았는데, 결국은 앞으로 정치를 얼마나 더 할진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불신을 심어줘가면서까지 할 건 아니라고 봤다.”

▶출마 권유를 고사한 건 수성구민들에 대한 정치적 신의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란 뜻인가.

“그렇다. 그분들이 내게 62%를 몰아줄 때는 사실 ‘이번에는 김부겸이 한 번 해 봐라’ ‘그놈이 그래도 끈질기고 뚝심 있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더라’ 그렇게 된 거 아니냐. 기회를 주신 거지. 그런데 불과 2년이 되지 않아서 약삭빠른 처신을 하면 안 되는 거지.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시장 자리를 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된다’고 했을 때 여당 안에서 ‘그럼 문 닫게 해주자’는 말도 나왔는데.

“홍 대표 특유의 비유법이라고 봐야지. 또 그분들이 그런 생각이야 충분히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나는 정치를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쪽을 완전히 짓밟거나 깔아뭉개는 건 정치에서 불가능하다. 또 정치를 그런 식으로 하면 대구시민들은 뭐가 되나. 대구가 그런 정치를 실험하는 장(場)이 돼버리는 거지. 지금 대구는 절박하다. 대구의 미래가 뭘까를 놓고 고민하기도 바쁘다.”

▶작년 대선 때 대구 유세에서 ‘너무 한 쪽 정당만 지지해주면 대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문재인정부 출범이 지역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나.

“아직은 좀 섭섭한 게 많은 것 같다. 우선 인사에 있어선 좋든 싫든 간에 박근혜정부 사람들이 대거 물러났는데, 그 공백을 채울 만큼의 특별한 건 아직 없지 않나. 이번에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가 되는 분이 (지역발전을 위한) 그림을 빨리 만들어서 중앙정부에 요구할 건 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개헌이 어떤 형태로든 될 텐데 그러면 결국 지방분권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강화될 거다. 분권이 강화된다는 건 뭔가. 책임도 나눠서 지라는 말이다. 결과적으론 중앙정부가 무슨 투자를 안 해 줬다든가, 그런 말은 할 수 없게 되는 거다. 그런 구도에서 대구와 경북이 살아가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된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지방분권 조항이 충분히 들어갔다고 보나.

“그렇다. 지방분권을 위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됐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담보하기 위해 국가 최고 합의수준인 헌법에 지방분권이 새로운 국가운영 질서임을 천명한 개정안이 마련됐다. 현행 헌법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지방자치를 담은 내용이 기존엔 2개 조문 4개 조항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정안에선 내용이 7개 조문 18개 조항으로 대폭 늘었다.”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보장과 관련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이 달렸기 때문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 부분 때문에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일 국가로서 국민의 대표·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의 입법 재량과 과세 자주권을 최대한 확대한 것으로 봐야 한다. 동시에 보충성의 원칙도 헌법에 반영된 만큼 후속 입법 과정에서 사무 이양과 자치입법권 확대가 연계된다면 지방분권의 실질적인 진전이 가능할 걸로 확신한다.”

취임 1년(6월16일)이 가까워 오는 김 장관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냐’는 물음에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구체적으론 지난해 10월에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을 관계부처·자치단체와 학계·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확정했으며, 자주재원 확충과 지방교부세 균형기능 강화를 담은 재정분권 종합대책도 논의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대(對)국민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포항지진, 제천과 밀양 화재 등 재난현장을 밤새워 지킨 기억도 생생하다”고 했다. 특히 “포항지진 당시 학교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안전상 우려가 있어 이튿날로 예정된 수능시험을 1주일 연기하도록 건의했던 것은 현장을 가보지 않았더라면 전혀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수능시험 연기를 건의하는 건 웬만한 결단 없이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사실 교육부 쪽은 현장 상황을 한 다리 건너 보고 받다보니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경북도교육감과 교장선생님들이 ‘이 와중에 우리 제자들 보고 시험 치러 가라는 소리를 못 합니다’고 하더라. 부총리께 건의를 하고 나서 그 일주일 동안 잠이 안 오더라. 또 사고(지진)가 나면 입시 일정 자체가 무한정 미뤄질 수 있고, 그러면 엉망이 돼 버린다. 나는 국가에 큰 혼란을 일으킨 책임자가 되는 거고. 그럼에도 포항의 수험생 6천명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었다. 다행히 처음엔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하루를 지나면서 국민들이 포항 사정을 알고는 그 불편을 참아 주시더라.”

김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초대 내각에 속해 있지만 대구에 지역구를 둔 현역 민주당 중진의원이기도 하다. ‘적폐청산’ ‘정치보복’ 논란이 있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의 구속에 대해 물었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 4명(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이 모두 대구·경북 출신인데….

“전두환·노태우 두 분이야 우리가 논의할 만한 게 없지 않나. 이명박·박근혜 두 분도 대구·경북 출신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분들의 성장 배경이나 그런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두 분 다 서울에서 성장했으니 유독 지역 출신만 구속됐다고 연결시키는 건 좀 맞지 않을 수 있지.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장점이 뭔가. 조직을 위한 자기희생을 아주 미덕으로 생각하잖나. 또 일관성이 분명히 있다. 이런 성향은 과거 산업화 시대 때 리더십의 중요한 원천이었다.”

▶2년 전 총선 때 수성구갑에서 대결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떠났다.

“글쎄, 내가 뭐라고 하기엔 좀 곤란하고… 다만 정치인들은 그만큼 자기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 신중하고 또 철저하게 책임을 지지 않으면 그게 곧 정치불신의 큰 요인이 돼버린다. 정말 조심해야 된다는 거다. 제1 야당의 현 상황이 워낙 어려워서 모시고 갔겠지만, 대구시민 입장에선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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