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시멘트산업 살아있는 역사…한때 교과서 실리기도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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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07:31  |  수정 2018-04-23 07:31  |  발행일 2018-04-23 제8면
■ 쌍용양회 문경공장 폐업
6·25전쟁후 경제재건 초석 기여
국내유일 킬른방식 제조시설 보존
50∼60년대 수학여행지로도 인기
韓시멘트산업 살아있는 역사…한때 교과서 실리기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1962년 쌍용양회 문경공장을 방문해 선물한 거울이 아직도 이 공장 사무실 복도에 걸려 있다.

[문경] 오는 30일 조업중단에 들어가는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6·25전쟁 이후 한국경제 재건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습식고로(킬른)방식 제조시설(4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한국 시멘트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평가받고 있다. 관리동·휴게실·창고 등 1950∼60년대 건축물이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196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을 만큼 대한민국 경제의 자부심으로 통했다. 50대 이상 기성세대에겐 통상 ‘문경 시멘트 공장’으로 불렸다. 관광객의 방문이 연중 끊이지 않은 ‘전국구 관광지’였다. 당시 수학여행단은 지금의 경주 불국사·부산 해운대처럼 즐겨 찾았다. 문경지역 초등생들은 시멘트 공장에 견학 삼아 소풍을 가기도 했다. 특히 1957년 9월 공장 준공식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또 1962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이 공장 방문 기념으로 선물해 준 거울이 아직도 사무실 벽에 걸려 있다.

쌍용양회에 따르면 문경공장이 한창 전성기 땐 공장 인근에 전용 비행장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새마을사업 등 건설경기 최고조 땐 직원이 500여 명에 이르렀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천명이 넘었다. 1970∼90년대 시멘트 수요가 넘쳐났을 땐 공장 밖에서 화물차량이 며칠씩 줄을 서 제품 출고를 기다렸다.

문경공장 습식고로 시멘트 제조시설 4기는 1996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채 보존되고 있다. 경북도와 문경시는 산업유산적 가치를 중시해 지난해 ‘근대화 산업유산 지속가능 이용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쌍용양회 문경공장 산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토에서 안전사고의 위험 등을 이유로 지정 뒤 바로 해제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쌍용양회 측은 조업중단 뒤 시설 활용과 관련해 “당장 매각이나 시설 활용 계획은 없다”며 “문경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와 협의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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