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가장 좋은 교육은 현장서 배우는 체험교육 4·27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모든 학교서 시청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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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07:52  |  수정 2018-04-23 07:52  |  발행일 2018-04-23 제15면
[행복한 교육] “가장 좋은 교육은 현장서 배우는 체험교육 4·27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모든 학교서 시청하게 해야”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교육은 때를 놓치지 않고 가르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달력에 적힌 수많은 날들을 보면서 이걸 가르치고 가야 하나 그냥 교과서만 붙들고 지나가야 하나 하는 게 교사의 고민이다. 교육에서는 이걸 놓치지 말고 가르치라는 것을 계기교육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계기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늘 이념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주저하거나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가 교사인지 그저 국정교과서의 지식만 잘 전달하는 사람인지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그러다보면 대부분은 고민하는 것조차도 피해 버리게 된다. 4·3 제주를 민중항쟁이라고 정의할까? 4·16 세월호는 그냥 추모할까 아니면 박근혜까지 몰아갈까? 4·19혁명은 이승만을 대놓고 비판할까? 4·20 장애인의 날은 그냥 장애 이해교육으로 할까 아니면 장애차별철폐의 날로 가르칠까? 4·21 과학의 날과 4·22 지구의 날, 정보통신의 날은 그냥 합쳐서 흥미나 관심을 높이는 행사로 끝낼까? 지구를 구하는 과학과 기술의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로 만들까? 그러다가 아이고 이걸 다 가르치려면 교과서 진도는 언제 나가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내 식으로 계기교육을 위한 글을 써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4·19혁명에 대해 글을 쓰다가 깜짝 놀랐다. 의외로 내가 4·19혁명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다시 공부를 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내가 더 공부를 한 셈이다.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은 더 모를 것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우리는 사실을 모르면서 왜곡되거나 편협한 지식을 가지고 판단하게 되고, 여기에다 정치권력에 대한 지지가 더해져 일방적인 입장을 갖고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과도한 대립을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4·19혁명은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다.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으니 불의, 항거, 민주이념을 가르치면 된다. 진실이 밝혀지거나 정리되지 않은 4·3이나 4·16도 빨리 정리되면 좋겠다. 이렇게 사회적 정리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독일이 1974년 사회적 합의를 이룬 ‘보이텔스바흐 협약’의 규칙을 지키는 것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①강제성의 금지(강압적인 교화 교육 또는 주입식 교육의 금지) ②논쟁성의 유지(수업시간에도 실제와 같은 논쟁적 상황을 드러낼 것) ③정치적 행위 능력의 강화(학생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한 실천 능력을 기를 것)인데 많은 이들이 전교조를 비판하면서 교사가 일방적인 입장을 주입할 것이라는 우려를 없애는 방법이 될 수 있다.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은 생중계를 한다고 한다. 이날은 비핵화의 5단계인 동결, 신고, 불능화, 검증, 폐기로 가는 첫 출발이 되고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을 끝내는 종전을 합의하는 금세기 최대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의 말처럼 평화로 가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4·27을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된다. 휴전협정이 종전협정이 되고 마침내 평화협정이 이루어진다면, 그동안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고통이 싹 사라질 것 같다. 이러다가 내년부터 경의선을 타고 개성이나 평양으로 시범 수학여행단이 갈지도 모르겠다.

이런 역사적인 날을 생중계한다고 한다. 바라건대 모든 학교에서 이 생중계를 같이 보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평화의 시작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 가장 좋은 교육은 체험교육이고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 역사의 순간에 교사들이 교과서 진도를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혹시나 걱정을 할 교사들을 위해 교육부가, 교육청이 계기교육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그건 내가 대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대구경북의 지배 정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쇼’라고 하고, 모 언론사는 ‘청와대는 마치 비핵화는 기정사실인 양 섣부른 평화체제 구축 얘기만 한다’고 하거나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체계의 신속한 정립을 위해서도’ 성주 사드를 완공하라고 하니 대구경북의 아이들이 역사적인 순간의 감동을 체험으로 배울 기회를 가질지 의문이다. 교육은 교사들이 하는 것이니 대구경북 교사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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