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져도 괜찮아…땀 흘리고 노력한 과정이 더 소중해”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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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07:52  |  수정 2018-04-23 07:52  |  발행일 2018-04-23 제18면
■ 인성교육-꼭 이겨야 하나요?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노력의 과정 인정하는 마음 필요
경쟁서 이기는 법 과정 즐기는 것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져도 괜찮아…땀 흘리고 노력한 과정이 더 소중해”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체육 시간입니다. 오늘은 깡충 뛰기로 목표물 돌아오기 경기를 합니다. 모둠별로 편을 갈라 깡충 뛰기로 이어달리기를 할 거예요. 씩씩이는 벌써부터 눈이 커졌습니다. 어떻게든 이길 거라며 모둠 아이들에게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작전을 짭니다.

“넌 느리니까 1번, 넌 약하니까 2번, 넌 몸이 무거우니까 3번으로 뛰어. 내가 제일 빠르니까 마지막 4번으로 뛸 거야. 무조건 이겨야 해. 빨리 달려!”

씩씩이와 같은 모둠에 들어간 아이들은 부담스러웠습니다. ‘씩씩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만약 실수라도 하면….’ 씩씩이는 이미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달리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에요.

삑!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1번 친구는 있는 힘껏 달려와 2번 친구에게 배턴을 넘겨주었습니다. 2번 친구도 열심히 달려 3번 친구에게 정확히 배턴을 주었습니다. 3번 친구는 정직하게 달려 씩씩이에게 깡충 뛰며 달려갔습니다. 씩씩이는 3번 친구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달려 나갔습니다. 옆 모둠 친구들이 조금 더 빨리 들어올 것 같아 배턴을 먼저 가로채서 달려 나간 겁니다. 씩씩이는 있는 힘껏 달려갔습니다. 옆 모둠의 친구와 아슬아슬하게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씩씩이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욕심에 깡충 뛰기를 하지 않고 그냥 달려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씩씩이였습니다.

“아자! 이겼다. 역시 난 최고로 빨라!” 씩씩이는 다른 모둠 친구들에게 이겼다는 기쁨을 자랑했습니다. “거봐, 내가 이겼지? 너희들은 절대 나를 못 이겨!”

다른 모둠 친구들은 1등이 아니어도 마지막까지 들어오는 친구를 신나게 응원하고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씩씩이네 모둠 친구들은 기쁘지 않았습니다.

“봐라. 내가 빨리 달려서 1등 했잖아. 다 내 덕분이야.” 씩씩이는 끝까지 자기가 잘한 것만 자랑했습니다.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결과 발표를 했습니다.

“1등으로 들어온 씩씩이 모둠은 잘했지만 실격이에요. 공정하게 경기를 해야 하는데 빨리 들어오려고 반칙한 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1등은 3모둠 친구들이에요. 나머지 친구들도 모두 잘했어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씩씩이가 억울하다며 씩씩대었습니다. 눈빛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씩씩이는 선생님 앞으로 나와 따지듯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왜 실격이에요?”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는데, 반칙한 사람이 있어요.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공정하고 정직하게 하는 거예요. 씩씩아, 꼭 이겨야만 좋은 건 아니야. 이긴 사람은 이겨서 즐겁고, 진 사람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모두 잘한 거야.” “쟤들도 했어요. 왜 우리만 실격이에요!”

그래도 씩씩이는 마음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악을 쓰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무엇이든 남에게 이기려고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경쟁에서 이기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결과에만 집착하게 되면 불행해질지도 모릅니다. 왜 항상 이겨야만 할까요? 꼭 남을 이겨야 행복해질까요?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경쟁 상황과 마주칩니다. 어떤 경쟁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경쟁이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 노력의 과정을 인정하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이겼으면 이긴 그대로의 결과에 기뻐하고, 지면 노력한 과정에 만족하며 그 경쟁을 즐기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꼭 이겨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이런 답을 하고 싶습니다.

이기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져도 괜찮아. 네가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 잘했어. 다음에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더 나은 결과가 너를 찾아올 거야. 이겼다고 자만하지도 말고, 졌다고 침울해 하지마. 열심히 노력한 네 자신을 즐기면 그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야. 오늘도 수고했어.

경쟁에서 무리하게 이기려고 하면 욕심이 쌓입니다. 욕심이 쌓이다 보면 남을 밟고 올라서고 싶어집니다. 이기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공정심을 잃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이긴 것에 만족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자꾸만 남을 이기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이겨도 즐겁지 않습니다. 그러니 만약 지게 되면 화가 나고 우울해집니다.

꼭 이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경쟁과 만나야 하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이기겠어요? 이기려는 생각보다 즐겨야지 하는 생각을 먼저 해 보세요. 져도 괜찮으니 열심히 해 보자는 생각을 해 보세요.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내가 이겨야지’라는 생각은 말고,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이겨야지’라고 생각해 보세요.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린 과정을 즐기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입니다. 그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입니다. 노력한 사람 모두 참 잘했습니다!

김대조<대구화원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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