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호강 하중도에 이름을 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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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  발행일 2018-04-23 제29면   |  수정 2018-04-23
[기고] 금호강 하중도에 이름을 지어주자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前 국가지명위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금호강 하중도가 언론 매체를 통해 연일 풍성한 이야기꽃을 피워내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어지럽게 널려 있는 비닐하우스와 각종 농사 폐기물로 가득했던 금호강 하중도였다. 지금은 대구시민들은 물론 금호강 변 고속도로를 달리는 외지 운전자들에게조차 싱그러운 풍광을 선사하는 명소가 됐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비롯해 형형색색의 야생화로 인해 금호강 하중도를 찾는 탐방객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지역의 한 방송국 프로듀서(PD)와 함께 금호강 하중도 불법 매립과 금호강 물 오염 실태를 고발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대구시민의 의지와 열망이 이루어낸 좋은 결과물인 것이다. SNS를 통해서도 금호강 하중도의 야생화 경관은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자리 잡았다. 좋은 풍광의 명소로 대구를 알리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금호강 하중도는 안타깝게도 지명이 아니라 지형 명칭에 불과하다. 즉 하중도(河中島)는 유수에 의해 하천 가운데에 퇴적된 지형으로, 홍수 시에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다. 홍수 시에 잠기면 하중도라 하지 않고 ‘사력퇴(沙礫堆: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퇴적지형)’라 한다. 영어로는 ‘mid stream bar’ 또는 ‘channel bar’라 한다.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가 압록강 하구에서 회군을 한 위화도를 비롯해 대동강 능라도, 낙동강 하구 을숙도, 국회의사당이 있는 한강 여의도 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중도다.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이 위치하는 허드슨강 변 맨해튼(Manhattan) 섬,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 삼각주의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는 하구에 발달하는 유명한 하중도다. 프랑스 파리 센강에 발달하는 생 루이 섬, 시테섬(Ile De La Cite)은 금호강 하중도처럼 하천 중앙에 발달하는 하중도다. 특히 시테섬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어 지명도를 더해준다. 모두가 유명한 하중도로, 고유한 지명을 가진다.

이제 금호강 하중도도 현재 지형 명칭이 고유명사로 굳어지기 전에 좋은 이름을 대구시민들이 지어주었으면 한다. 금호강 하중도를 예전에는 ‘갱부내들’이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갱부내들 또한 고유지명으로 보기는 어렵다. 갱부내들은 ‘강변 안에 있는 들’이라는 뜻이다. 즉 하중도에 대한 또 다른 지형 설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대구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지명을 공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좋은 지명, 정체성을 가지는 지명 제정을 위해 필자는 몇 가지 이름을 제안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대구 앞산은 화기(火氣)가 강해 연귀산(제일중학교 교정)에 거북바위를 조성해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즉 대구를 대표하는 동물은 거북이다. 그래서 금호강 하중도를 ‘거북섬’으로 제정하면 어떨까. 실제로 금호강 하중도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북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는 지상철 3호선(하늘열차)이 팔달교 위를 통과하면서 하중도를 구경할 수 있으므로 ‘하늘섬’으로 정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아니면 인접한 팔달교, 노곡교 이름을 따서 ‘팔달섬’ 또는 ‘노곡섬’으로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명소로 자리 잡은 금호강 하중도가 자신의 이름을 가지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기대한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前 국가지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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