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보면 중국이 보인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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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  발행일 2018-04-23 제30면   |  수정 2018-05-09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경제인 동시에 정치이고
사회·문화·환경을 의미
세계를 향한 中의 총력전
한국에도 가입 요청 예상
20180423
이정태 경북대 교수

최근 유럽 27개국 주중대사들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대일로 사업을 중국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으며 EU를 분열시키는 씨앗이 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EU대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화를 중국의 이익에 맞추어 변형시키고 있으며, 일대일로를 중국 내 생산과잉 문제 해소와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장개척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유럽은 아편전쟁 이후 유럽제국주의가 아시아에 행한 침략과 약탈을 중국이 역순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된다.

일대일로는 육상실크로드를 지칭하는 일대(一帶)와 해상실크로드를 지칭하는 일로(一路)가 조합되어 명명된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이다. 중국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철로, 도로, 송유관, 송전선을 포함해서 다양한 형태의 교류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일대일로까지 포함되고 있다. 육상실크로드를 일대라고 한 것은 중국-유럽 사이에 여러 가닥의 노선이 연결되는 모양이 허리띠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일로는 해상로를 말하는데 해상에서는 최적 노선이 한 개뿐이므로 한길(一路)로 표현되었다. 동중국해에서 출발하여 남중국해, 말라카해협을 통과하여 인도양,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로와 남중국해에서 서남태평양, 호주로 가는 노선으로 구성된다.

중국정부는 일대일로를 ‘창의(倡義)’라고 표현한다. ‘전략’이라는 수식어가 주변국가들로부터 긴장이나 견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중국이 주창하지만 원하는 국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창의라고 지칭했다. 일대일로 사업이 진행되는 구간에서는 활발한 경제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규모도 엄청나다. 중국국가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일대일로에 접해있는 연선국가들은 60여개국이며, 이들 국가의 총인구는 44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63%를 차지한다. 경제규모도 21조달러로 전 세계 경제의 29%를 점하고 있고 그중 화물 및 서비스 수출 항목이 전 세계 수출의 23%에 달한다고 한다. 물류의 이동을 위한 아시아-유럽 철도망도 총길이가 8.1만㎞에 이른다. 만약 지금의 수준으로 철도망이 확대되고 고속철도가 건설된다면 유럽과 아시아는 하나의 경제공동체, 생활공동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일대일로에 대한 많은 회의적인 시각과 우려가 있지만 진행 과정을 보면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수출상대국 중 100억달러 이상인 17개국 가운데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3.11%이다. 화물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일대일로를 통한 자본이동도 활발하다. 유엔에서 발간한 ‘2015년 세계투자보고서’는 전 세계 자본유입 금액의 35.92%를 일대일로연선국가들이 흡수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모델이라고 규정한다. 근대 서구제국주의가 착취와 약탈형 발전모델이었다면 중국은 개발협력을 중심으로 한 상호이익형 발전모델이라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그 자체가 명분이고 사업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추진목적이 연선국가들의 발전, 일자리와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길을 내면서 공업지구를 건설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고용이 확대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대의명분이다. 이는 중국에도 좋다. 연선국가들의 경제가 발전되면 자연스럽게 중국의 시장도 확대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그리고 ‘인민’을 명분으로 내세운 시진핑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기한 오위일체(五位一體)라는 전략방침에 모든 것이 숨어 있는 듯하다. 경제건설, 사회건설, 정치건설, 문화건설, 생태환경건설을 일체로 한다는 것은 일대일로 사업이 경제인 동시에 정치이고, 사회, 문화, 환경이라는 의미다. 즉 일대일로는 세계를 향한 중국의 총력전, 전면전을 의미한다. 중국이 세계화되고 세계가 중국화되는 통로를 만드는 동시에 중국 주도의 경제세계화를 노린다. 최근 중국을 찾는 유럽 정치인들에게 일대일로 가입 서명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 한국도 조만간 일대일로 청구서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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