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칼럼] 한의학과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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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08:14  |  수정 2018-04-24 08:14  |  발행일 2018-04-24 제21면
[한의학칼럼] 한의학과 밸런스
박종현 원장<제생한의원>

오늘도 여느 때처럼 진료 중이다. 환자가 묻는다. “몸과 마음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데 종합검진을 받으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요.” 원장은 자주 받는 질문인 듯 익숙하게 대답한다. “종합검진에 나오면 이미 늦지요. 집이 무너지기 전에 돌 하나만 잘 받쳐주어도 무너지지 않을 텐데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종합검진에 나오지 않는 질병의 고통을 한방에서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의학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질병을 한방에서 치료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한의학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전통적 치료의학으로 자리잡아 왔다. 논리적이며 질서정연한 이론적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론의 핵심에 음양오행(陰陽五行)학설이 있다. 음양오행학설은 동양철학의 기본이기도 한다.

우주선이 오가는 시대에 음양오행이론은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음양오행이론 안에 우주 속 모든 현상이 담겨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작은 우주, 즉 소우주(小宇宙)로 본다. 소우주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한의학의 목표다.

음양은 서로 반대되는 성질이나 현상을 표현하는 관념적 기호다. 남자와 여자, 해와 달, 물과 불 등 우주 속 모든 현상이 음 아니면 양이다. 음양의 균형이 맞을 때 우주와 소우주인 우리 몸에 평화가 온다.

한의사가 환자를 진맥하는 순간부터 음양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치료의 대부분은 균형을 잡는 데 치중한다. 찬 곳은 데워주고, 뜨거운 곳은 식혀주고, 마른 곳은 적셔주고, 습한 곳은 말려주는 식이다. 한의학을 밸런스의학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수천 년간 내려온 이러한 치료방식은 앞으로 수천 년 후에도 변치 않을 것이다. 의학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개혁이 아니라 안정되면서 변치 않는 보수적 치료방식이다.

오행(五行)은 우주를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 파악한다. 이들이 서로 견제하고 도와주면서 모든 현상이 발생한다. 이들이 균형을 맞추어 돌아가면 우주의 평화가 온다. 목성 화성 토성들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잘 돌아가는 것도 복잡한 견제와 밸런스 속에서 이루어진다. 소우주인 우리 몸도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으로 대표되는 오장(五臟)과 육부(六腑)가 잘 돌아가야 건강과 평화가 유지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중용(中庸)을 지키는 것은 밸런스와 상통한다. 인체에서는 기능이 저하되거나 항진되지 않는 상태가 중용이다. 욕망과 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잡아 생활한다면 건강은 따라온다. 이것은 칼날 위에 서서 중심을 잡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한의학은 우리 몸이 중용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밸런스가 잘 잡힌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밸런스만 잘 잡아주어도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종현 원장<제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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