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상상할 수 없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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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  발행일 2018-04-24 제30면   |  수정 2018-04-24
1월까지만 해도 상상못한 일
평화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고도 힘든 도전 北비핵화
다른 의견·옳음 있을 테지만
한목소리로 응원·지지하자
[3040칼럼] 상상할 수 없었던 일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우리 모두가 ‘평화’ 속에서 살아간다고 상상해봐요)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나더러 몽상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뿐만이 아니랍니다) I hope someday you wi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언젠가 우리 다 함께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온 세상도 그렇게 하나가 될 테죠)”. 지난 1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무대에서는 ‘평화’를 부르는 존 레넌의 노래 ‘Imagine(상상)’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가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불리던 1월까지만 해도 지난 20일 남북 간 핫라인의 개통으로 분단 7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정상 간의 직접 소통 시대가 열리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하고,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일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한러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것은 말 그대로 ‘unimaginable’, 즉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듯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그것도 소위 LTE급으로 급진전되다보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게다가 상대가 누구인가. 약속의 이행단계에서 파기를 반복적으로 보여줘 국제사회에서 ‘핵 양치기 소년’으로 찍힌 북한이다. 북한의 이번 핵미사일 실험중단 방침이 예상을 뛰어넘는 전향적이고 담대한 조치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김정은의 언급이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핵보유 선언인지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합의나 선언, 방안, 인식, 핵 폐기와 보상의 순서에 있어서도 일각에서는 이견이 크고 의심도 강하게 품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길에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전제로 일괄타결을 해야 한다. 단계적 동시적 해결이 현실적이라는 등 선후 관계에 관해 생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앉기 - 서기 - 기기 - 걷기로 하나의 과정이 있을 것 같은 인간의 물리적 발달만 해도 그 순서나 시기 등에 다양한 다름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국제질서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이 역사적 사업에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없다면 되레 이상할 법도 하다.

실제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위험에 대한 인지발달이 성숙하기 이전에는 아기들을 주로 업고 다니기 때문에 아기들이 기는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걷기도 하고, 케냐 일부나 자메이카 아기들은 태어나서부터 담요에 돌돌 싸서 세워놓기를 반복한 덕분에 다리 힘이 길러져 당연히 북미 아기들보다 걷기가 훨씬 빠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다름이 결국은 우리가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움직임(mobility)의 발달이 목적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더욱이 이 각양각색의 다름이 걷기의 과정에 있어 틀린 오답도 아니다.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물리적 발달의 다양성을 통과하는 하나의 궤가 있는데, 그것은 주 양육자의 지지와 응원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평화’라는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는 길고 힘든 도전이다. 여기저기 풀고 넘어야 할 고차방정식이 난무한 여정(旅程)이기에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It’s easy if you try(한번 해보면 (생각보다) 쉬울 거예요)” - 존 레넌이 ‘Imagine’의 도입부에서 노래한다. 각기 다른 의견과 각자만의 옳음이 존재할 테지만, 그래도 응원과 지지는 한목소리를 내보자. 한번 해보면 쉬울 것이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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