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품격있는 선거가 지역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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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5   |  발행일 2018-04-25 제29면   |  수정 2018-04-25
[기고] 품격있는 선거가 지역을 바꾼다
윤석현 칠곡군 선거관리위원회 관리 주임

“우리가 뭐 선거 하루이틀 합니까.”

작년 4월에 개봉했던 영화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후보자 변종구(최민식 분)에게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분)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선거는 전쟁이고, 정치는 쇼”라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영화는 정치판의 생리를 긴박하게 풀어낸다. 한 팀이었던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의한 배신과 치열한 후보자 간의 상호비방 등 등장 인물들의 권력을 향한 열망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별시민’에서 보여준 제7회 6·13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치열했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거 현장에서는 후보자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선거에 냉담한 경우가 많다. 주변 지인들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하자고 독려하더라도 뽑을 사람도 없고,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아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선거가 아니어도 바쁜데, 뽑을 후보자도 너무 많아 공약 읽을 시간도 없다’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방선거는 동네를 위해 일하는 일꾼을 선택하는 ‘사람을 향한 투자’다. 그러므로 ‘여의도의 국회의원’ ‘청와대의 대통령’보다 우리 삶과 더 밀착돼 있는 중요한 선거다. 하지만 앞서 본 무관심한 반응들을 수치로 반영이라도 하듯,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저조하다. 지난 제6회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6.8%로, 주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아예 행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생긴 피해는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플라톤은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 말했다. 굳이 먼 외국 철학자의 격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그런 사례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주민들의 혈세로 관광을 떠나는 지방의회 의원들, 질문 한 번 없이 끝나는 부실한 의정활동, 어떠한 견제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사업들. 결국 모든 피해는 지방선거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몫이다.

지방선거는 동네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지방자치의 첫걸음이다. 선거를 품격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선 유권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와 선거정보 앱 등을 통해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 공약을 제안하는 ‘우리동네 희망공약’이 운영 중이다.

특히 좋은 제안들을 모아 정당·후보자에게 전달해 유권자들의 의견이 지방선거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언론기사 및 지방의회 회의록 등의 빅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공약 이슈를 추출한 ‘우리동네 공약지도’도 올해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도 재료를 잘 골라 비비면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도 아무런 정보 없이 맹목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 많은 재료 중에서 우리의 삶을 성실히 대변할 대표자를 신중히 뽑자. 대구·경북을 바꿀 일꾼을 뽑는 투자에 시간을 아끼지 말자.

‘선거 하루이틀 하느냐’고 코웃음치는 정치인들에게 ‘우리도 유권자 하루이틀 하는 줄 아냐’는 유권자의 호된 회초리를 들자! 선거에 대해 알아가고,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해 고민하며, 지역을 위해 공약을 제안하는 그 모든 과정이 ‘선거는 전쟁이고, 정치는 쇼’라는 잘못된 공식을 ‘선거는 축제이고, 정치는 삶’이라는 제대로 된 공식으로 만들 것이다.
윤석현 칠곡군 선거관리위원회 관리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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