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다시 갈 수 있기를…대구·경북 실향민 남북정상회담 기대

  • 입력 2018-04-25 18:04  |  수정 2018-04-25 18:04  |  발행일 2018-04-25 제1면
대구에만 실향민 10만명 "종전 선언하면 고향 땅 밟는 날 빨리 올 것"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사는 김모(78)씨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10여년 전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어쩌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평북 용천이 고향인 김씨는 6·25 전쟁 때 가족과 함께 피난을 와 풍기에 정착했다.

 10대 초반에 고향을 떠나와 고향에 관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지만 부모님 생각만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동안 몇 차례 이산가족 방북 행사에도 부모님의 방북 신청을 해드리지 못했기때문이다.

 방북단에 선정될 확률도 낮았고 무엇보다 짧은 상봉 이후 겪게 될 부모님의 심적 고통이 클 거라는 주위의 말을 듣고 포기한 채 무심히 지나쳐 버린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두고두고 그때 일을 아쉬워하셨다고 한다.
 뒤늦게 후회했지만 고향을 찾아가 볼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고 결국 부모님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묻은 채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부모님 대신 고향을 찾을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영주 풍기읍에는 김씨 같은 실향민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있다.

 1세대 실향민만 300명가량 되고 후손들까지 합하면 1천500여명 가량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매년 10월 영덕군 삼사해상공원 망향탑 앞에서 망향제를 지내고 영호남 실향민 교류 행사를 하는 등 실향민들의 정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염길순(66)씨는 실향민 1세대 중 제일 막내 축에 속한다.
 물장수로 유명한 함남 북청에서 6·25 전쟁 중에 태어나 바로 남쪽으로 피난와 고향에 관한 기억은 없지만 실향민의 아픔은 늘 가슴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지금은 이북5도민 연합회 사무국장을 맡아 실향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오는 9월 이북도민의 날 행사를 열기로 하는 등 실향민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대구에만 10만명에 가까운 실향민 1세대가 살고 있지만 해마다 적잖은 분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염씨는 "실향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전쟁을 끝낸다는 종전 선언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그러면 실향민들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는 날도 빨리 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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