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케치] 유기동물포획 공무원 위험노출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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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6 07:28  |  수정 2018-04-26 07:28  |  발행일 2018-04-26 제9면
달랑 목장갑 한장 끼고 갔더니 사나운 개가 으르렁
수성구 작년 657건 유기동물포획
안전장비 없어 잦은 사고 발생
“대구시 차원의 대책마련 필요”

대구의 모 구청 공무원 A씨는 며칠 전 야간당직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날 A씨는 밤 10시쯤 ‘골목에 유기견이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유기동물 포획 업무는 주간의 경우 대구시수의사회 등에 위탁해 처리하지만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구청 당직 공무원이 직접 출동해야 한다. A씨는 출동하면서 ‘작은 애완견이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순간 그는 당혹감을 넘어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목줄도 없는 사나운 개가 으르렁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간 동료와 포획에 나섰지만 빠르게 도망치는 개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 씨름하던 중 갑자기 유기견이 A씨에게 달려들었다.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결국 관할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한 끝에 포획할 수 있었다. A씨는 요새 길을 가다가도 큰 개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움찔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유기동물 포획에 나서는 당직 공무원이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 14일에는 다른 구청 공무원이 야간당직 근무 중 목줄을 하지 않은 유기견을 포획하려다 어깨와 팔을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수성구청 공무원 B씨는 “민원이 들어오면 당직자 2명이 한 조가 돼 현장에 나간다. 하지만 방호복 같은 안전장비 없이 목장갑 하나 달랑 끼고 유기동물 포획 등에 나선다. 공무원은 전문성이 없어 덩치 크고 사나운 개를 만나게 되면 간담이 서늘하다”고 말했다.

로드킬을 당한 사체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접수될 때도 당직 공무원은 생사를 오간다. 수성구청의 또 다른 공무원 C씨는 “로드킬 사체를 그대로 두면 자칫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 야간일 경우 한 명은 야광봉을 들고 도로를 통제하고 다른 한 명은 사체를 처리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혼자서 사체를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는 늘 사고위험이 뒤따른다. C씨는 “피범벅이 되고 내장이 다 나온 끔찍한 사체를 치울 때면 구역질이 난다. 하루는 3건이 동시에 접수돼 처리한 적이 있는데, 끔찍한 사체 모습이 계속 떠올라 며칠간 고생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수성구청에 접수돼 포획한 유기동물은 무려 657건이다. 이 중 야간과 공휴일에 포획한 유기동물은 위탁기관인 수의사회에 바로 인계할 수 없어 구청에서 임시로 보살펴야 하는 고충도 떠안고 있다. 수성구청은 유기동물 임시보호 케이지와 사료까지 준비해 두고 있다. 수성구청 공무원 D씨는 “유기동물 포획이나 로드킬 사체 처리는 늘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야간이나 공휴일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위탁업체가 구청별로 계약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대구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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