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북풍과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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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6   |  발행일 2018-04-26 제30면   |  수정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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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월17일 걸프만의 미국 함정에서 쏘아 올린 토마호크가 이라크 내륙 깊숙이 날아가 이라크군의 기지와 장비를 초토화했습니다. 이른바 ‘사막의 폭풍작전’이라 불리는 걸프전쟁에서 다국적군은 단 100시간 만에 완승을 거둡니다. 레이건의 자리를 승계한 부통령 출신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쟁의 승리로 독자적인 리더십을 인정받게 됩니다. 국정 수행 지지율이 90%에 달했고 그의 재선가도는 탄탄대로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난쟁이들의 경주처럼 보였던 민주당의 경선레이스에서 인물이 탄생했습니다. 듣보잡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정곡을 찌르는 슬로건으로 판세를 뒤집었습니다.

대외관계의 바람이 국내정치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유권자들은 긴 안목의 외교나 안보문제보다도 당장의 국내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민주화가 성숙되면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2010년 3월26일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북한의 호전성에 격분하였고 정치이념도 매우 보수화되었습니다. 그러나 6월2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에 실망이었습니다. 광역단체장 16곳 중에서 여당이 이긴 곳은 6곳에 불과했습니다. 선거에 미친 북풍의 영향력이 미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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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평가

또 한 번의 대형 북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바람이 6·13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이 바람은 과거와 달리 북한에 대한 분노의 바람이 아닙니다. 문재인정부가 한반도의 최대 숙제인 북핵 위기 탈출이라는 기대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현 정부에 표를 요구할 명분을 세워주는 바람이고, 과거와 달리 여당 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 편 정부의 바깥 성과를 상쇄하기에 충분한 바람이 반대방향에서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드루킹 댓글 사건은 현 정부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역풍입니다. 어떤 요인이 크게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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