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달’ 특별대담

  • 이효설 교육팀
  • |
  • 입력 2018-04-27 07:46  |  수정 2018-04-27 07:48  |  발행일 2018-04-27 제10면
“4차혁명시대 경쟁력은 융합형 인재…산학연 협력 강화 중요”
“대구 메디컬의료·물산업 등 5대산업 집중
지역 토양에 맞는 지방정부 산업육성 필요”
“연구기관과 협업하는 중소기업 극소수
20180427

영남일보는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 인재 양성과 대구 발전’이라는 주제로 특집 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23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진행된 대담에는 손상혁 DGIST 총장, 김주한 대구과학관장,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박종문 영남일보 교육팀 부장이 맡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우수 과학인재 양성이 중요하고, 지역 대학·연구소와 기업, 지자체 간 교류와 협력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손상혁 DGIST 총장
“기업연구소 DGIST에 조성 일자리 창출
지역인재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대구 메디컬의료·물산업 등 5대산업 집중
지역 토양에 맞는 지방정부 산업육성 필요”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연구기관과 협업하는 중소기업 극소수
제도적 틀 만들어 R&D 혜택 누리게 해야”

김주한 대구과학관장
“과학기술 발전 위해선 과학자 처우개선
과학기술 대중화와 언론의 역할도 중요”

▶과학기술 발전과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한 전문가들의 뜻을 모으는 대담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먼저 미래사회의 이공계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손상혁 DGIST 총장= 결국은 ‘사람’이다. 바로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사회에서는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은 물론, 남과 잘 협력하는 사람이 인재다. 또 쉬운 길을 찾지 않고, 어려울수록 협력해 솔루션을 찾는 자가 인재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인재는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과학기술의 진보가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인력은 어떤 것인가.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발명’보다 ‘발견’하고 ‘융합’하는 사람이 인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인재는 기존에 있는 것을 발견, 다른 분야와 융합해 현장에서 녹여나가는 과정을 맡아야 할 것이다. 지역 산업현장을 돌아보면 서울에 연구소를 둬야 연구원 구하기가 용이하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연구 인력들은 지역의 기업 현장과 가까이에서 기존 기술과 새로운 것을 융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자체 역할이 크다. 결국 기업-대학 간 연결은 대구시가 중심이 돼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대구시의 역할은.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8년 전만 하더라도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정해진 것이 없었다. 이후 메디컬의료, 클린에너지, 물산업 등 주요 5개 산업을 차례로 선택해 집중했다. 지역 뿌리산업으로는 더 이상 힘들다. 지역 토양에 맞는 지방정부의 산업이 무엇인지 찾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대구는 이미 뿌려놓은 먹거리 산업 덕에 지금 그 싹이 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지역사회가 발전하도록 하겠다.

▶(김주한 대구과학관장을 지칭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미래과학정책을 다수 입안해 왔다. 과학 인재 육성을 위한 대구과학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주한 대구과학관장= 인류 역사상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문명의 발전이며, 국가안보와 삶의 질 개선에 핵심적 요소다. 하지만 국민이 잘 알지 못한다. 대구과학관은 과학기술이 인류 삶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알도록 하고, 더 나아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삶에 희망이 온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물론 이를 통해 젊은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견인해야 하는 역할도 크다. 학생이나 시민이 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운영하겠다.

손상혁 총장= 제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과학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요즘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과학을 통해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부를 만들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과학’ 하는 사람을 예우하는 사회 분위기가 돼야 한다. 어린 세대들에게 과학은 좋은 것이고 잘하면 존경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

▶우리나라는 과거 과학발전에 국가적 명운을 걸기도 했다. 지방분권시대는 미래발전전략을 중앙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지역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각 주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손상혁 총장= DGIST는 무엇보다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또 지역을 대표하는 과학두뇌 집단인 만큼 교수, 연구원이 기업들과 충분히 토의해 지역의 특색과 토양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연구소를 DGIST 안에 만들고, 졸업생들을 연구소장으로 보내 융복합을 시도해야 한다. 지역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지역에 계속 남도록 해 지역산업과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기업과 대구시, DGIST가 함께 논의해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간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한다. 대학 내 ‘I&E’(Innovation & Entrepreneurship) 파크를 만들어 산·학·연이 원활하게 협업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 연구인력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거기서 나온 아이템이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DGIST가 지역에서 이런 일을 해나가야 한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김연창 부시장=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대구와 DGIST가 이러한 사이언스 파크를 짓고, DGIST 인력 중심으로 간다면 지역에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김주한 관장= 대학이 산업단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그러한 노력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해왔다. 아직까지 대학과 기업은 따로 노는 경향이 적잖다. 실질적 융합이 잘 안 일어난다.

이재경 부회장= 대구상공회의소는 조만간 R&D 기관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이들의 애로점과 희망사항을 터놓고 들어볼 예정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지역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기업과 이런 기관들을 연결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DGIST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

이재경 부회장= 연구기관과 손잡고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극소수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도 연구개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구시와 함께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아직까지 지역 중소기업들이 대학 내 기관과 협업하기에는 문턱도 높고, 어렵게 받아들인다.

김연창 부시장= 동감한다.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 차세대 기업 그룹을 만나보면 답답하다. 대구의 전통산업은 새로운 분야와 융합하지 않으면 현상유지도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이 하루빨리 희망 있는 미래산업과 융합하길 기대한다. 또 대구 안에 머물지 말고 밖으로 나가 글로벌하게 대처해야 한다. 답은 그곳에 있다.

▶4차산업혁명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한번 속도경쟁에서 뒤처지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위기에 봉착할 우려도 적잖다.

손상혁 총장= 세계적으로 지역의 유수 대학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을 특화하고 있다. 스웨덴, 미국, 캐나다 등은 대학을 통해 지역사회가 부활하고 있다. 국내 포스텍이 미래비전으로 내놓은 ‘유니버시티(Univer+city)’도 대학과 도시의 상생을 주장하고 있다. DGIST 역시 그러한 역할을 맡겠다.

김주한 관장= 과학기술이 살아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과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의 대중화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재경 부회장= 대구시의 에너지, 첨복 등 주요 산업들이 R&D와 매칭될 수 있도록 상공회의소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구시에 전하겠다.

김연창 부시장= 국민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막연히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결국 융복합으로 가야 살아남는 것인데 대학민국 사람, 세계적으로 가장 천재적 DNA를 보유하고 있다. 재밌고, 창의적 소질, 우리가 단연 탁월하지 않은가. 기업들은 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바로 R&D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지자체의 연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 셋이 역량을 합친다면 대구·경북 미래산업은 분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리=이효설 교육팀 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 제공=DGIS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