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미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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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7   |  발행일 2018-04-27 제22면   |  수정 2018-04-27
대구경북의 미래 전략은
구체적인 목적 의식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스몰데이터·빅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아 수립해야 한다
[경제와 세상] 미래 예측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국회 산하에 미래연구원이 설립된다. 지금까지는 입법조사처가 의정활동을 지원하던 대표적 기관이었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질 때 국내 여건을 분석하고 해외 입법 사례를 조사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자는 취지로 읽힌다. 사실 지금까지 수많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 ‘미래’라는 용어를 수사적 의미로 사용해 왔다. 미래연구원을 통해서 미래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도래한 것이 아니기에 기간에 따라 전망이 큰 차이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당장 다음 달에 혹은 내년에 무슨 제품이 유행하고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이처럼 단기적인 현상은 소위 ‘열풍’(fad)과 ‘트렌드’이기 때문에 미래연구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미래연구에선 최소 10년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미래전략에선 선견(先見, foresight)이 중요하다.

관점에 따라 미래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오늘이 내일의 과거라는 점에서 보수학파에선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화상이 미래에도 연결된다는 입장이다. ‘외삽주의’(extrapolation)라는 개념으로, 외부(extra)라는 접두사에 삽입하다(polate)가 결합된 용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 기초해서 시간적으로 확장해서 추측해보는 것이다. 반면에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하는 ‘불연속학파’에선 새로운 현상이 현재의 위기나 혼란으로부터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과거 정보를 활용해서 미래연구를 하는 것이 애초에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와 급진주의를 절충한 메가트렌드주의자는 미래란 오랜 기간을 거쳐 축적되고 확산된다고 본다.

현재적 미래(Present Future)의 용어가 암시하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생활양식은 미래로 전이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현재적 미래란 데이비드 카가 2014년 보스턴대의 강의 제목에서 사용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과거로부터의 점진적 변화가 어떤 계기를 만나 미래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메가트렌드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메가트렌드에서 미래란 특정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모습과 현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의 제목처럼 미래란 단수가 아니라 복수형인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길은 미래를 창조하는 주체들의 연결망을 추적하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은 ‘전략적 미래’(Strategic Future)를 선제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데 유용한 관점이다. 바로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가 전략적 미래의 개념에 적합한 접근법이다. 트리플 헬릭스는 대학-기업-정부의 제도적 행위자를 핵심 축(helix)으로 상정한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기업은 거래를 위한 시장을 담당하고, 정부는 인간 활동을 지원하고 규제하기 때문이다. 3개 주체 간 역동적 상호작용의 구조분석을 통해서 미래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 트리플 헬릭스는 새로운 행위주체가 추가되면 쿼드러플 헬릭스와 퀀터블 헬릭스의 엔-튜플(n-tuple) 헬릭스로 확장 가능하다.

대구에서 개최된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 세미나에서 송영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지역의 미래준비는 경쟁력보다 지속가능성이 더 크게 작동한다”며 실증연구를 발표하였다. 특히 그는 “지역시민의 미래 문해력과 정책참여를 위한 트리플 헬릭스 기반의 공론장 마련이 중요하다고”고 피력하였다. 트리플 헬릭스의 미래전략은 개별 주체가 남기는 족적인 스몰데이터와 빅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아 미래예측과 전략수립을 하는 증거기반 접근법이다.

대구경북도 미래전략을 단순한 전시행정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 목적의식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적 변화의 내용에 숨겨진 잠재적 변인을 찾아서 측정하고 구성주체의 연결망 데이터에서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러 조직과 기관이 미래전략의 수립과 실행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데이터 도구를 생산해야 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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