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플리츠스커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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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7   |  발행일 2018-04-27 제40면   |  수정 2018-04-27
‘A라인 주름’ 거리를 주름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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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색의 레이어를 주어 변화를 준 플리츠스커트.

봄은 우리의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 속 여성 본능을 자극하고, 살랑이는 봄바람은 사랑스러운 봄 패션을 부른다. 올봄 남심을 저격하는 로맨틱한 패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플리츠스커트가 그뤠잇! 봄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는 여심을 위한 필템으로 플리츠스커트(Pleats Skirt)를 주목하자.

지난 몇 년 컬렉션과 스트리트에서 플리츠스커트가 빈번하게 선보이더니, 올해 봄이 오는 거리에 색색의 플리츠스커트가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모든 여성에게 플리츠스커트는 1950년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우아한 레이디 라이크 룩(lady like Look)을 연상시키는 대표아이템으로, 꿈결 같은 주름의 낭만에 흔들리고 싶은 로망이 있다.

50년대 레이디 라이크 룩 새롭게 해석
레트로 열풍 맞아떨어져 전세계 유행
메탈 코팅으로 반짝반짝 샤프한 주름
시폰·레이스·벨벳 가죽소재 넘나들어
블라우스·피티드 티셔츠 매치 섹시함
봄, 첫사랑 수지의 풋풋한 매력도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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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츠스커트에 스니커즈를 매치해 스트리트 감성을 살렸다.

최근 플리츠스커트의 유행은 가늘고 긴 롱 앤 린 라인(long & lean line)이 대세인데, 청순하고 우아한 샤랄라 스타일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 감성으로 무장한 독특한 디자인과 스타일링이 신선한 감응을 주고 있다.

주름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디테일 중 하나며, 그중 플리츠는 소재를 좁고 가늘게 접고(Fold), 열처리(Heating)한 후, 압력(Press)을 가해서 영구히 고정(Permanent Press)시킨 주름을 의미한다. 플리츠는 보디 주변에 ‘주름의 퍼짐’을 통해 우아한 공간을 만들고, ‘풍성한 아름다움’으로 인간의 내적 욕망을 상징해 왔다.

패션 소재에 주름을 잡아 스커트를 착용한 것은 이집트시대부터로 뜨거운 돌로 눌러 주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왕국시대 이집트에서 이러한 주름 의상을 착용한다는 것은 소수의 왕족들에게만 부여된 특권이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태양을 숭상했으며, 의복 전체 또는 부분에 태양광선을 상징하는 수직선의 주름을 잡아 이 옷을 입은 파라오가 태양신(Ra, Amon)의 아들임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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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릭 소재로 색의 레이어를 준 플리츠스커트.

인간의 움직임에 의해 주름이 펴졌다 접혔다 하면서 생기는 미스터리한 형태의 변화와 빛과 어둠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나는 드라마틱한 주름의 아름다움은 변치 않는 영원성을 상징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20세기 초반까지도 패션디자이너 마리아노 포르투니(Mariano Fortuny)의 핸드메이드 플리츠는 ‘예술’로 소개되었고 ‘플리츠로 만든 패션은 곧 예술’로 평가받았다. 이후 20세기 중반 폴리에스터와 같은 열가소성 섬유의 출현으로 플리츠는 더욱 실용적으로 발전하게 되며, 1980년대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는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 브랜드를 통해 플리츠를 단순한 패션 장식의 기법에 국한시키지 않고, 기술과 재료의 창조적 접목과 새로운 디자인 표현의 조형요소로서 획기적 발전을 이루며 ‘주름의 미학’을 대중화시켰다.

2018 S/S 시즌에 유독 플리츠스커트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트렌드 중심에 있는 레트로(Retro), 즉 복고 열풍과 관계가 있는데 50년대 유행한 레이디 라이크 룩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디자이너의 시도와 과거로 회귀하는 대중의 관심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요즘 핫한 플리츠스커트는 맥시한 기장의 A라인 스타일인데, 소재 표면은 메탈 코팅 가공으로 세련된 금속 광택이 반짝이며, 스커트는 180도 바이어스 재단 후 밑단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초음파 커팅 기술로 자른 후 플리츠를 잡아 착용 시 주름이 샤프하게 떨어지며 모던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플리츠스커트 소재의 다양함도 눈에 띄는데 페미닌 무드의 시폰, 튈(tulle), 레이스나 고급스럽고 복고적인 벨벳, 새틴은 물론이고, 올봄엔 특히 얇은 가죽 소재로 와일드한 우아함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외 플리츠 간격을 좁고 넓게 섞어서 디자인하거나 두 가지 색상, 두 가지 다른 소재를 혼합해 쓰는 등 플리츠스커트는 무한변신 중이다. 색상도 금색, 은색, 와인, 초록, 블루, 핑크, 베이지, 브라운 등으로 컬러 스펙트럼이 다채로워 패셔너블한 연출이 가능하다.

플리츠스커트 스타일링의 기본은 롱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매치하거나, 피티드한 티셔츠와 입으면 은근히 섹시한 볼륨감은 드러내면서 그 청순함은 ‘첫사랑 수지’의 풋풋한 매력을 연출할 수 있다. 스커트 길이를 니 렝스 라인(Knee Length Line)에 주름 간격을 살짝 크게 하면 단정한 오피스 룩으로 입을 수 있고, 플리츠를 아주 짧고 넓게 테니스 스커트 스타일로 입으면 상큼 발랄한 걸리시(Girlish) 룩을 완성할 수 있다. 한편 중성적인 매력의 스웨트셔츠, 록시크(Rock Chic) 무드의 가죽라이더 재킷에 스니커즈를 신으면 독톡한 믹스매치에서 오는 스트리트 케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요즘 플리츠스커트는 어떤 아이템, 어떤 장르와 만나도 스타일링이 가능한 만능아이템으로 진화 중이다.

어디 이뿐이랴. 플리츠스커트를 유독 강추할 사람은 하체에 자신이 없거나 군살에 신경 쓰이는 미시들이다. 스커트 뒤 허리를 짱짱한 스트레치 밴딩으로 처리해서 하체는 주름으로 쫙쫙 가려주고, 허리는 홀쭉, 다리는 날씬, 뱃살은 쏘옥 들어가 보이게 함으로써 멋과 편안함을 동시에 잡아주니 이 분방한 능력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오늘 오랫동안 잊었던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하얀 블라우스에 청초한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오랜만에 설레는 발걸음을 내디뎌 보면 어떨까.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 패션전문자료사전(한국사전연구사), 서양복식문화사(정흥숙, 교문사), https://limd86.blog.me/221250639606,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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