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9회말 대역전을 노리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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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8   |  발행일 2018-04-28 제23면   |  수정 2018-04-28
최 병 묵
정치평론가
20180428

6·13 지방선거가 46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 공천이 끝나고, 출정식 등으로 시끌벅적했을 터다. 올핸 대형 이슈에 가려 선거가 국민들의 관심 3순위가 된 느낌이다. 그렇다 쳐도 선거는 선거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집 앞에 길을 하나 더 만들 수도 있는 지방정부 살림꾼을 뽑는 일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판세가 어떻게 되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선거는 구도(構圖), 인물(人物), 정책(政策)이 결정한다. 대한민국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처한 구도는 어떤가.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에도 구조적인 변화는 없다. 1여(민주), 1.5여(민주평화), 2야(한국·바른미래) 상황이다. 단순화하면 야당이 2개다. 여당인 민주당 지지율은 어떤 조사든 50% 정도다. 압도적이다. 정치공학에 따라 2야가 뭉쳐도 산술적으로 여당을 이기기 어렵다.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다면 모두 빨간불이다. 구도라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이번 선거는 해보나마나다. 야구에 빗대면 완봉승이 가능한 ‘문재인 투수’ 팀을 상대로 경기 초반에 1점을 잃은 셈이다.

인물은 어떤가.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에서 경선이 치러진 곳은 거의 없다. 시장·도지사 후보에 새 인물이 없다. 낮은 지지율로 도전자가 드물기도 했지만, 찾으려는 노력 또한 없었다. 한국당 문을 두드리거나 관심을 갖는 거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당의 권유를 아예 받지 못했거나 뒤늦게 형식적인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필자가 판단하기로 그들은 분명, 적어도 현재의 후보들보단 경쟁력이 있다. 한국당이 이들을 영입할 생각이 진짜 있었을까. 당 주변에선 고개를 갸웃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누가 가로막았을까. 시장 군수 후보 역시 비슷하다. 당 지도부가 발등의 선거보다 ‘선거 후’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선거에 지더라도 홍 대표 체제 재건(再建)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어떤가. 현역 국회의원이든 전직이든, 친문(親文)이 주축이다. 작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이 경선 승리의 보증수표가 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70% 안팎) 도움까지 더하면 여당은 인물 면에서도 한국당보다 한 수 위다. 3회까지 1대 0으로 뒤지던 ‘한국당’ 팀이 4회 이후 만회는커녕 1점을 더 내준 모양새가 됐다.

마지막 변수인 정책은 어떨까. 선거 여론조사를 하면 유권자 상당수가 정책을 보고 후보를 고른다고 답한다. 선거 취재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건 모범답변에 불과하다. 수많은 선거에서 여야, 또는 야당 사이에 의미를 둘 만한 정책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진보=민주당, 보수=한국당과 같은 등식이 선거를 지배했지만 실제 공약은 거기가 거기였다. 무상급식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 한두 개가 눈에 띌 뿐이다. 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닐 터인데, 남북정상회담이 등장했다.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한국당을 타 정당과 구분지어줄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 이슈를 끌고 가는 곳은 청와대, 즉 여권이라는 점이다. 한국당은 뉴스에 코멘트하는 정도다. 이래 가지고는 정책 경쟁이 이뤄질 기본 여건도 형성돼있지 않다. 6월로 예상되는 미북정상회담까지 기대 섞인 분석이 난무할 것이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간 첫 정상회담이 그랬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연일 쏟아지는 장밋빛 소식에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당은 안타 하나 제대로 쳐보지 못한 채 9회말을 맞은 야구팀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은 6월13일 게임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9회말 대역전 야구를 보는 일이 흔치는 않다. 그렇다고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할 땐 이뤄질 수도 있다. 더구나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으로 주자(走者)가 쌓이고 있다. 남은 46일 동안 만루를 만들고, 홈런을 치면 된다.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엔트리로 안 되면 대타도 있고, 대주자를 기용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감독의 작전과 용병술, 선수의 의지다. 지금 한국당에 그런 활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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