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다른 사람 먹은 마음 내가 헤아리기 어렵잖다(忖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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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30 08:04  |  수정 2018-04-30 08:04  |  발행일 2018-04-30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다른 사람 먹은 마음 내가 헤아리기 어렵잖다(忖度)

요즘 사회가 많이 시끄럽습니다. 2018 비핵화 남북 정상회담, 정치인의 댓글 파문, 적폐청산, 미투(me too) 등으로 떠들썩합니다. 항공사 재벌 2세의 갑질 논란으로 야단법석입니다. 국민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려합니다. 저절로 민심이 이반되어 불신이 커지고 국론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아첨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으로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음을 국민들은 피부로 느낍니다. 참언(讒言)을 조심해야 합니다.

‘촌탁(忖度)’은 ‘타인유심(他人有心) 여촌탁지(予忖度之)’의 준말입니다. ‘다른 사람 먹은 마음 내가 헤아리기 어렵잖다’라는 뜻입니다. 시경 ‘교언(巧言)’에 나옵니다. 남의 마음을 미리 헤아린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듯 싶습니다.

그런데 ‘펄펄 뛰는 저 토끼도, 사냥개엔 잡히는 것, 나팔 불듯 호언장담, 되는대로 지껄이고, 음악인 듯 교묘한 말(巧言), 뻔뻔스레 마구하네’에선 살얼음판을 걷듯 아주 조심하여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촌탁(忖度)의 어원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시의 종장에는 ‘난만 자꾸 일으키는 비천한 사람, 헐고 종기 난 다리를 가지고 무슨 용맹이 있겠나. 도대체 중상모략하는 패거리가 얼마냐?’로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의기를 가지고 격렬한 분노를 일으킵니다. 옛 사람들의 건전한 정신세계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교언(巧言)’은 주나라의 유왕(幽王)이 참언에 농락당하는 내용의 시입니다. 유왕이 포사(褒似)라는 절세의 미녀를 만납니다. 포사를 웃기기 위하여 거짓 봉화를 자주 올렸습니다. 대신들은 거짓 봉화에 여러 번 속아서 나중엔 모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왕은 태자 의구(宜臼)를 폐하고, 포사의 아들 백복(伯服)을 태자로 삼습니다. 견융의 침입으로 유왕과 백복은 죽게 되고, 의구가 복위하여 평왕(平王)이 됩니다. 평왕은 수도를 낙읍으로 옮겨 동주시대를 열어갑니다.

유왕의 멸망도 거짓으로 “늑대가 나타났어요!”를 반복해 외치던 양치기 소년과 닮아 있습니다. 진짜 봉화에도 대신들은 꿈쩍하지 않았으니까요.

공자도 ‘교언영색(巧言令色) 선어인(鮮矣仁)’이라 했습니다.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에는 어진 덕이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의지가 굳세고 수수하고 눌변이면 어짊(仁)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교언(巧言)은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과 ‘재치 있는 말’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촌탁(忖度)의 의미를 알고, 가르침에서는 분명하게 구별하여야할 듯합니다. 어린이들이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에도 재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윗사람에게 거짓으로 남을 헐뜯는 말과 고해 바치는 말은 일깨워줘야 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만하고, 보기 좋은 얼굴빛만 꾸미고, 짐짓 지나치게 공손함을 보입니다.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속으론 원망을 하면서도 겉으론 그럴싸하게 사귑니다. 역시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먹은 마음 내가 헤아리기 어렵지 않습니다.(忖度)’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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