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뛰노는 백두산 호랑이 세 식구 만나러 봉화로 오세요”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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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5 07:34  |  수정 2018-05-05 07:34  |  발행일 2018-05-05 제5면
‘아시아 최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정식 개원
‘한반도 생태寶庫’ 백두대간 중심 5천179㏊
27개 전시원의 자생식물 2천2종 385만본
축구장 7개 넓이 자연형 서식지‘호랑이숲’
야생식물 종자 보존시설 ‘시드볼트’ 눈길
트레킹·1박2일 생물 탐사·북스테이 운영
교육·문화 겸한 생태 휴식 힐링공간 기대
北 백두산 호랑이 7마리 추가 입식 계획도
“숲에서 뛰노는 백두산 호랑이 세 식구 만나러 봉화로 오세요”
3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서 백두산 호랑이 ‘한청이’(암컷·13살)와 ‘우리’(수컷·7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백두산에서 시작해 동쪽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 부근에서 서쪽으로 기울어 남쪽 내륙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산줄기가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은 총길이 1천400㎞로 한반도의 근골을 이루는 핵심 생태축이다. 동식물의 약 80%가 숨쉬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와 개발사업으로 인해 백두대간을 포함한 고산지역의 식물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1970~2006년 지구 생물종의 31%가 멸종됐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우리 곁을 사라져 가는 이들 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수집해 수목원 등 현지 이외의 시설에서 보전하고 활용할 기술개발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숲에서 뛰노는 백두산 호랑이 세 식구 만나러 봉화로 오세요”
개원식 참석자들이 시드볼트 모형에 종자를 저장하는 종자 수탁 저장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황인무기자

◆최고 힐링공간으로 조성

우리나라 고유 동식물의 식생을 보존·유지하기 위해 산림생물종 보전관리 주무부서인 산림청이 기후 및 식생대별 국립수목원 조성을 추진하게 됐다. 이들 수목원을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통합 운영할 기관으로 지난해 5월 한국수목원관리원이 설립됐다.

앞으로 한국수목원관리원은 총 3곳의 국립수목원을 조성운영할 예정이다. 소백산과 태백산을 끼고 있는 봉화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세종시에는 정원·도시형 수목원, 새만금 지역에는 해안형 수목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3일 정식 개원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성됐다.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 축인 백두대간의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고산식물에 대한 수집과 연구를 주 목적으로 한다.

수목원 면적은 5천179㏊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206㏊에 달하는 전시원은 어린이정원·암석원·만병초원·거울정원·백두대간 자생식물원·진달래원·야생화원 등 총 27개의 다양한 주제로 구성됐으며, 2천2종 385만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춘양목(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있는 산림생태 보전지역은 4천973㏊에 달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범 운행해 왔다. 그중 1박2일 동안 수목원에 머물면서 이뤄지는 체류형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수목원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전문가와 함께 수목원 산림생태 탐방구역을 트레킹하는 ‘백두대간 트레킹’ 프로그램은 성인을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수목원에서 다양한 체험(곤충 관찰·식물 관찰·별자리 관측·수목원 해설)을 하는 ‘봄 백두대간 1박2일’ 생물 탐사 프로그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자연 속에서 독서를 즐기고 저자의 강연을 통해 휴식과 지적교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인 ‘북스테이-자연의 품에 안겨 책을 읽다’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인기를 독차지했다.

앞으로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우리 주변의 꽃과 나무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지 일깨워 주는 교육의 장으로서 양질의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고 제공할 계획이다. 또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연구와 더불어 문화·휴양의 공간으로서 국민들의 최고의 힐링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역관광기반 조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성공적인 지역상생의 모델로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국민복지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숲에서 뛰노는 백두산 호랑이 세 식구 만나러 봉화로 오세요”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대에 조성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야생화원 등 27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원과 더불어 야생식물 종자 저장시설인 ‘시드 볼트’, 호랑이숲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숲에서 뛰노는 백두산 호랑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백두대간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생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원과 더불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대표하는 두 가지 시설이 있다. 바로 ‘호랑이 숲’과 ‘시드볼트(Seed Vault)’다. 두 시설 모두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맥락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시드볼트는 야생식물종자를 저장하는 공간이며, 호랑이 숲은 멸종희귀동물들을 대표해 호랑이를 보호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거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백두산 호랑이’는 1900년 무렵까지 한반도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192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보호 동물로 지정됐다.

호랑이 숲은 백두산 호랑이를 자연생태에 가까운 넓은 방사장에서 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현재 3마리의 백두산 호랑이가 호랑이 숲에서 지내고 있으며 4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공개 첫날. 백두산 호랑이 ‘한청이’와 ‘우리’를 보기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한청이와 우리는 관람객들을 낯설어하지 않고, 신기한지 쳐다보기도 하고, 호랑이 숲을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산책하고 연못의 물을 마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들은 “우리 안에 갇혀있는 호랑이 모습이 아닌 실제 자연상태에서 호랑이를 보니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백두산 호랑이의 기개가 느껴진다.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랑이 숲은 4.8㏊, 축구장 7개 면적으로 국내에서는 단일종 최대 규모의 방사장으로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조성해 호랑이의 생태적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암석과 자연석을 이용한 호랑이 쉼터와 물을 좋아하는 호랑이가 목을 축이고, 목욕도 맘껏 할 수 있는 대형 연못을 만들었다. 호랑이들은 밤에는 사육동에서 지내고, 낮에만 방사해 호랑이 숲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측은 앞으로 백두산 호랑이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호랑이 7마리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민간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에서 북한의 백두산호랑이를 데려오는 방안을 지난 남북정상회담 안건으로 채택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북한 백두산호랑이 입식에 대한 기대감을 받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측은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중국이 아닌 북한에서 추가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적극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봉화=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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