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글쓰기는 글쓰기 연습으로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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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7 07:39  |  수정 2018-05-07 07:39  |  발행일 2018-05-07 제13면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글쓰기는 글쓰기 연습으로 터득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일선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다보면 많은 질문을 받는 것 하나가 있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글을 쓰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없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하는데 나중에는 결국 자신도 놀라워하며 글을 써내는 걸 봅니다. 잘 가르쳐줘서 감사하다고 겸손함까지 갖추며 뿌듯해합니다.

저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늘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주입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 개개인의 속에 있는 것을 꺼내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글을 쓰는 데는 특별한 가르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왕도가 없다는 것이지요. 어떤 작가의 경험이 반드시 나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아닙니다. 물론 자신의 재능이나 잠재력을 문제 삼을 필요도 없습니다. 재능과 실력은 훈련과 습작을 거쳐 가면서 커지는 법입니다. 너무나 잘 아는 말이지만, 잘 안다고 잘 실행하는 것 또한 아니라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기’에다 한 가지 보탠다면 ‘많이 찢어버리기’를 하십시오.

누군가는 말합니다. ‘인간의 잠재력은 지구 표면 밑에 있는, 보이지 않는 지하수면과 같다.’ 이 지하수면에 가닿기는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요. 그러므로 무엇이든 쓰기를 계속하십시오. 그런 다음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목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곧장 나가면 됩니다. 자기만의 기술과 기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가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강의실을 쫓아다니는 경우를 보는데 진실은 아주 간단합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죠.

다이어트 예를 들어볼까요.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의 방법과 좋은 음식과 기구들을 알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원하는 다이어트에 도달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 방법을 이행하고, 그런 식이요법을 하고, 그런 기구들을 사용하지 않고는 절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글이란 그렇습니다. ‘쓰고 또 쓰니까 마침내 쓰여지더라’는 천양희 시인의 말도 있습니다.

내친김에 공교육이 저지르는 가장 큰 오류 중의 하나를 짚어봅니다. 이미 타고난(? - 그들에게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인 채로 남아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존재하므로) 시인이자 소설가인 어린 학생들에게서 그들의 문학을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문학작품을 읽게 한 다음 곧바로 문학에 ‘대해서’만 말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한 편의 시를 놓고 살아 숨 쉬는 시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은유법과 상징법을 찾아 낱낱이 해부해버리고 답을 찾게 합니다. 시인이, 화자가 언어 속에 숨겨둔 비밀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글이란 맥박이 뛰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언어로 된 생명체입니다. 그냥 최대한 몰입해서 시인이 보았던 이미지를 뛰어넘어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려야 합니다. 그 글에 더 가까이 가서 오래 머물고, 작품 자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글쓰기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한 것이지요.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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