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문재인정부 1년’에 생각나는 ‘박종근 전 의원’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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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8   |  발행일 2018-05-08 제30면   |  수정 2018-05-09
TK 고립화 현상 심화 시점
박종근 전의원 헌신 그리워
DGIST가 탄생하기까지
관련법과 심포지엄은 물론
해외시찰·예산확보 등 총력
20180508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문재인정부가 오는 10일로 집권한 지 만 1년을 맞는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매우 심각하고, 입시 문제를 필두로 한 교육정책은 많은 학부모들의 불신을 받고 있지만, 집권 2년차에 들어가는 문재인정부는 그야말로 최대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효과가 반영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0% 안팎의 고공행진이다.

문제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문재인정부가 대구·경북(TK) 지역의 고립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의 구애에도 TK는 비껴 나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은 되었지만 지역의 긴급한 현안·인사 등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다.

실제로 TK 출신은 중앙정부에서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TK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을 계기로 자유한국당의 지역의원들이 장·차관 인사에서 대구·경북 출신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일갈을 했는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현재 ‘공무원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중앙부처의 1급에 TK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산업부·노동부 등 여러 곳에서 아예 TK 출신을 절멸시켰다는 소식도 들린다. 각 부처의 핵심실무를 맡는 국·과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든든한 국방이 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그에 걸맞은 인사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군대 장성인사에서도 TK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내침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구·경북(TK) 출신 기관장들이 최근 연이어 중도 낙마하고 있다. 얼마 전 민간기업인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사퇴했는데, 그에 앞서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줄줄이 중도하차했다. 실무진에 불과한 국장을 과장으로, 실장을 팀장으로 강등시켰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이 박근혜정부가 임기가 되지 않은 기관장을 무리한 수를 동원해 내보내는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던 터라 허탈감이 더하다.

지역 현안도 꼬일 대로 꼬여서 좀체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물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물관리 기술개발 촉진 및 물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물기술산업법)이다. 여당이었을 때 제대로 처리 못한 TK의원들이 야당이 된 지금 전전긍긍이다. TK 진보진영의 의원 두 명도 이 문제를 푸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되는 듯하다.

이럴 때 생각나는 사람이 박종근 전 국회의원이다. 현재 ‘과학두뇌’가 몰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필자가 똑똑히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단언하건대 DGIST가 설립된 것은 박 전 의원의 공이다. DGIST 설립에 기반이 된 관련법이 제정된 것은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03년 12월이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재선의원이었던 그는 정권교체 실패에 실망만 하고 있지 않았다. 강재섭·김만제 전 의원 등과 지역의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주도할 핵심기관을 설립하자는 데 의기투합한 그는 법안 통과를 위해 주도면밀히 움직였다. 여론 조성을 위해 심포지엄을 열었고, 특히 법 제정에 도움이 되도록 주제발표할 사람도 직접 골랐다. 관련 부처, 기관, 언론과 함께 해외시찰도 나섰다. 법을 통과시킨 뒤에는 예산 확보를 위해 연일 재경부 공무원을 닦달했다. 그런 자세는 DGIST에만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그가 3선, 4선 도전에 나섰을 때 ‘고령’이라고 공천에 부정적인 여론이 돌자 지역언론이 나서 ‘박종근은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보호막을 쳤다. 지금의 TK의원들도 언론으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기 바라는 맘이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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