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FC가 분발해야 하는 이유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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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9   |  발행일 2018-05-09 제30면   |  수정 2018-05-09
6위목표 불구 강등 1순위
골기여도 높은 外人 부재
퇴장은 여섯번 ‘리그최다’
큰 전략·베테랑선수 없어
결과로 시민에 보답해야
[동대구로에서] 대구FC가 분발해야 하는 이유

대구FC의 올해 목표는 K리그1(1부) 잔류를 넘어 상위 스플릿 도약이었다. K리그1 전체 12팀 가운데 6위안에 들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4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한 대구FC는 강등 1순위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게 만들며 중위권에 해당하는 8위로 시즌을 마쳤다. 대구FC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 시즌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구FC의 목표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대구FC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8일 현재 1승3무8패, 승점 6점으로 리그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일정의 30% 정도 소화한 지점에서 결론을 추론한다는 게 다소 무리가 있지만 분명한 건 지금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강등권을 벗어날 수 없다. 한번 짚어보자.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부진하다.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의 성적은 외국인 선수 수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FC가 예외일 수 없다. 지난 시즌을 복기해 보자. 대구FC가 한 시즌동안 생산한 골은 모두 49골이다. 이 가운데 무려 37골을 외국인 선수 3명이 넣었다. 2015년 시즌 K2(2부)에서 2위했을 때 조나탄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2016년에는 세징야가 승격의 일등공신이 됐다. 올해는 카이온과 지안 등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영입됐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어시스트도 없다. 언젠가부터 이들은 출전조차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하고 있는 세징야는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데다 상대의 집중 견제로 인해 예전같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 대신해 토종 선수들이 분전하며 골 맛을 보고 있긴 하지만 지난 12경기 동안 2골 이상 넣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퇴장이 너무 많다. 이번 시즌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치러진 총 60경기에서 25차례 퇴장이 나왔으며 대구는 6명이 그 명령을 받았다. VAR(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 도입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리그에서 퇴장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구의 퇴장 횟수는 리그 소속팀 가운데 가장 많다. 달리다가 우연히 밟거나, 무의식적으로 팔꿈치 드는 등 고의성이 없었는데도 가혹한 판정을 받았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심판만 탓할 수는 없다. 원인을 제공한 측은 선수들이다. 문제는 퇴장이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현대 축구에서 공간의 개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나눠 뛰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11명 중 단 한명이라도 빠지면 전술적·체력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되고 팽팽했던 무게추가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대구FC 골수팬은 최근 대구FC의 경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60분 잘하고 30분 동안 말아먹는다”고. 경기 중반까지 상대가 누구라도 대등한 경기를 벌이다가 막판에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 적시했다. 3월31일 전남전, 4월7일 경남전, 4월25일 상주전, 5월5일 경남전 등이 대표적이다. 전·후반 모든 시간을 조율하는 전략 또는 베테랑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구FC는 지역민들이 쌈짓돈을 털어 만든 한국 프로축구 사상 최초의 시민구단이다. 매년 들어가는 구단 운영비는, 부자 구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어려운 살림에도 지금껏 이 돈을 아끼자고 목소리를 높인 시민이 없다. 대구FC 구성원들은 대구의 또다른 상징이다. 그래서 욕심을 내자면 시민의 자랑이 돼야 한다. 대구FC가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유선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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