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위기 반달곰 수도산行?…이번엔 김천 정착할까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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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4 07:40  |  수정 2018-05-14 07:40  |  발행일 2018-05-14 제8면
■ 반달곰 KM-53 세 번째 탈출
지리산 벗어나서 고속버스 충돌
앞다리만 불편…거창방향 북상
환경부 인위적 개입 않을 계획

“아이고! 안타까워 어쩌나.” 지리산 서식지를 벗어나 무려 80㎞나 떨어진 김천 수도산을 두 번이나 찾았던 반달가슴곰 KM-53(수컷)이 세 번째 지리산을 벗어나려다 고속버스와 충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천이 탄식하고 있다. 이번에도 목적지가 수도산으로 추정되자 안타까움은 더하고 있다.

KM-53은 지난 5일 오전 4시쯤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던 고속버스에 부딪혀 하마터면 로드킬 당할 뻔했다. 사고 직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KM-53이 경남 함양~산청 경계에 있는 태봉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왼쪽 앞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이는 것 외에는 외상, 혈흔 등 부상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태봉산에 있던 KM-53이 현재 경남 거창 방향으로 북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천 수도산에서 KM-53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해 6월14일. 이날 오전 7시쯤 대덕면 추량리 수도산자연휴양림 뒷산에서 등산로를 정비하던 사람들 눈에 띈 KM-53은 전날 이들 인부가 남겨둔 빵과 물을 천연덕스럽게 먹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사육곰으로 오인했다. 발견 당시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이 남긴 음식을 먹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야생 곰의 행동반경이 평균 15~20㎢에 불과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튿날 공단 종복원센터에 의해 포획되면서 지리산에 방사된 ‘우수리 아종’ KM-53으로 판명났다. 2015년 출생해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KM-53은 지리산 곰 복원사업이 시작된 이래 곰 스스로 이동한 거리로는 종전 최고인 15㎞를 훌쩍 넘어 80㎞나 떨어진 수도산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한바탕 소동 끝에 지리산으로 붙잡혀 간 KM-53은 한 달 뒤인 7월24일 수도산에 다시 나타났다. 1차 포획된 뒤 자연적응훈련장에서 ‘사람 기피’ 훈련을 받는 등 과정을 거쳤지만 재방사되자마자 또다시 수도산을 향한 것. 두 차례나 수도산으로 이동하면서 고속도로 등 위험지대를 영리하게 통과했던 KM-53이지만 이번엔 고속버스를 피하지 못했다. 생태통로 연결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사무처장은 “KM-53의 동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도 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는지, (사고 지점이) 야생동물의 주요 이동통로인 걸 알면서도 이동로와 안내판을 왜 설치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고 있다. 안전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처장은 이어 “KM-53의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사람과 잦은 접촉으로 야생성이 퇴화돼 자연으로 회귀가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회복이 되면 이번에 포획한 지점(경남 태봉산)에 방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KM-53의 이동이 반달가슴곰 야생 개체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분산의 과정으로 보고 이번에는 지리산으로 회수와 같은 인위적인 개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편 김천시는 수도산을 반달가슴곰 서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하는 등 그동안 KM-53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또 지난해 영남일보와 공동으로 ‘수도산 반달가슴곰 서식지 확대’ 세미나를 갖는 등 반달가슴곰 서식지 확대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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