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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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4 07:54  |  수정 2018-05-14 07:54  |  발행일 2018-05-14 제17면
■ 스승의 날…사례로 보는 ‘아름다운 선생님’
주머니엔 항상 젤리·초콜릿…장애있는 제자는 업고 현장학습 다녀
● 달서초등 구순모 선생님
“선생님 고맙습니다”
위부터 왕선중 손영미 선생님, 태전초등 이병소 선생님, 경북대사대부중 이승훈 선생님, 달서초등 구순모 선생님.

5월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누군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찾아뵙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간직한 채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학생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도 선물할 수 없게 돼 한편으로 씁쓸합니다. 스승의 날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이 올 들어 1~4월까지 모은 ‘아름다운 선생님’ 사례 중 일부를 정리했습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국어수업 중 아들의 갑작스런 사랑 고백…잊지못할 선생님의 이벤트
① 왕선中 손영미 선생님

“얼마 전 중2 아들인 재섭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하네요. 그날 아침에 등교할 때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별 대답이 없었거든요. 속으로 ‘그게 마음에 걸렸나보다’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선생님께서 전화를 넘겨 받으셨습니다. 왕선중 손영미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재섭이가 국어수업 시간에 시를 썼는데 너무 잘 써서 들려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근무 중이었던 저는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죠. 재섭이가 시를 읽었습니다. ‘뒷모습’이란 제목의 시로 평소 재섭이가 엄마 아빠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느껴졌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난 저는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 읽기가 끝나자 이번엔 반 아이들의 “와~~”하며 박수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생님께서 다시 전화를 받으셔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부모님은 여러분들을 사랑하신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라고 몇 마디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한번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는 학생들의 합창이 들렸습니다. 저는 그날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재섭이가 선생님 얘기를 할 땐 얼굴이 밝아지네요. 아들에게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선생님이 생긴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쁩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고 계시는 손영미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학모 조현정씨


“혼자 공부하고 밥상 차려주고…변화된 우리아이 정말 행복해요”
② 태전초등 이병소 선생님

“얼마 전 직장을 마치고 태전초등 이병소 선생님께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 손수 차를 끓여주셔서 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명준이가 제 얘기도 귀담아 잘 듣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발표도 잘한다”고 말씀하셔서 안심이 됐습니다. 아빠가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상담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행복해합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 참 좋아.”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는 참 행복합니다. 선생님께서는 5학년1반 수업 모습, 체험학습 등 학생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촬영해 학부모들이 휴대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계십니다. 또 글쓰기 지도 덕분에 아들의 알림장 글씨도 예쁘게 바뀌고, 집에 오면 워드 연습도 열심히 합니다. 또 학원도 안다니고 혼자서 공부를 찾아서 하는 변화된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는 저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더군요. 참 좋은 선생님과 1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명준이 엄마


교문 앞에서 우는 청각장애 아들, 꾸중없이 손 잡고 데리고 들어가
③ 경북대사대부중 이승훈 선생님

“저희 아들은 청각 장애 학생입니다. 중학교 첫날부터 교문 앞에서 울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서워 못가겠다’ ‘괴롭힐까봐 못가겠다’하며 울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고 정서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거든요. 제가 어떤 말로 설득해도 아이는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특수교사 이승훈 선생님(경북대사대부설중)께서 교문 밖까지 나오셔서 아이 손을 잡고 데리고 가셨습니다. 번번이 교문 앞에서 울 때마다 선생님께서 꾸중 한번 없이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매일 전화로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하면 잘될 것 같습니다.” 저와 아들의 두려움을 믿음으로 바꿔주며 위로하셨습니다. 학교에서 사소한 다툼이라도 생기면 선생님은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 주고, 억울함이 없게 풀어 주고, 아이의 잘못도 알려주며 공평하게 대접받는 마음이 들게 해주셨습니다. 억울하다고 울면 기다려주고, 스스로 상황을 들여다보고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렇게 2학년이 되자 학교 안간다고 우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3학년이 된 지금 ‘올해만 버티자’하던 마음이 ‘올해는 정말 열심히 잘 지내보자’로 바뀌었습니다. 아이의 얼굴도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이 이승훈 선생님만 같다면 모든 장애학생들이 행복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학부모

“달서초등 구순모 선생님 주머니에는 항상 젤리와 사탕·초콜릿이 가득합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이나 동료 교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인데요. 테니스부 학생들에게 자장면·치킨·떡볶이를 사주면서 정을 쌓기도 합니다. 장애가 있는 제자를 업어서 교실로 이동시키고 현장학습을 다닙니다. 주말도 없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선생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달서초등 교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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