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교육] 가상현실과 임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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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4 08:12  |  수정 2018-05-14 08:12  |  발행일 2018-05-14 제19면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인간으로부터 대학살을 경험한 인공지능 로봇이 모여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고 인간과 대결한다. 인간은 인공지능의 에너지를 차단하기 위해 햇볕을 가리지만 결국 인공지능과의 전쟁에서 패해 태양에너지 대신 생체에너지를 제공당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생체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인간의 두뇌에 가상현실을 연결하여 인간이 마치 일상생활을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영화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이런 미래가 현대문명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가상현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매트릭스에 반대되는 최상의 가상현실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의식을 가지게 된 ‘강 인공지능’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인공지능은 모든 인류를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물론 그전에 인류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 한 가지 방법이 바로 가상현실을 이용한 임사체험이다. 임사체험은 아니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한 죽음 체험은 이미 행해지고 있다. 중국 매체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베이징 소재 바바오산(八寶山) 빈의관이라는 장례식장에서는 지난 3월22일부터 가상현실을 이용한 죽음체험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임사체험은 가상현실의 기술적인 발전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다. 임사체험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가상현실의 미래를 보여준다. 한 가지는 시간의 압축이고 또 한 가지는 감각복합이다. 그러나 시간의 압축과 감각복합은 사실 밀접하게 관련된 현상인지도 모른다. 둘 다 제3세대 가상현실로서 직접 우리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현실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장시간의 체험이 어렵다는 것이다. 체험자들은 10분 이상 시간이 지나면 어지럼증과 구토를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임사체험의 시간 압축이 가상현실의 발전에 큰 시사점을 주는 것이다. 임사체험의 한 가지 특징은 시간 감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시간이라는 것이 없고 영원한 현재가 계속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또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고차적 의식체험’을 말하는데 이는 요가의 명상이나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신비주의 체험과 같이 우주의 전일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의식체험을 말한다. 바로 ‘나’라고 하는 분리 독립된 개체 의식인 에고(ego)를 벗어나는 체험이다.

임사체험은 에고를 벗어나는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에 깨달음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임사체험의 경험자들을 ‘델로크’, 즉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이라고 부른다. 델로크의 증언 중 공통되는 것은 긴 터널을 빠져나가 밝고 평화스럽고 지극히 행복한 빛과 만나 그 빛과 하나가 되어 지복을 누린다는 것이다. 지복은 물론 에고를 벗어나 전체와 하나가 되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을 파노라믹 스테이지(panoramic stage)라고 한다. 임사체험자들은 이 터널을 통과하면서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모든 경험을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임사체험을 하는 시간은 고작 2~3분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체험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터널 끝에서 태양보다 밝지만 전혀 눈부시지 않은 빛을 만난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전 생애를 다시 경험하는 파노라믹 스테이지가 가능한 것은 우리 의식이 빛과 같은 속도를 갖기 때문이다. 알마스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것은 자신의 의식이며 흐르는 빛이라고 했다. 빛에게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빛에게는 늘 영원한 지금이며 오직 지금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빛은 특정한 속도로 공간을 여행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경험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시간과 시간 없는 현존 사이에 있는 교차점이며, 바로 이곳이 우리가 참자아를 만나는 유일한 지점이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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