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생각하는 힘 기르는 법

  • 최은지
  • |
  • 입력 2018-05-14 08:16  |  수정 2018-05-14 08:17  |  발행일 2018-05-14 제20면
“‘남들이 하니까…’서 벗어나야 자율적인 아이 된다”
20180514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자율과 도덕이라는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보여준 영상의 일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대학생 한 명이 회의실에 들어와 가로로 놓여 있는 의자 중 7번째에 앉습니다. 앉아 있는 대학생은 살짝 긴장한 듯한 표정입니다. 1번 문제. 화면에 4개의 선이 그어져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출제자가 문제를 냅니다. “보기에 있는 A, B, C선 중에서 옆에 있는 X선과 길이가 같은 것은 무엇입니까.” 유치원생이라도 쉽게 맞힐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문제입니다. 문제를 듣는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대학생이 피식 웃습니다. 그것을 보는 우리 학교 학생들도 웃습니다. “정답은 B입니다.” 1번은 무사히 맞혔습니다. 1번 문제와 같은 유형의 2번 문제. 그런데 이번에는 틀렸습니다. C가 명백한데도 “정답은 B입니다”라고 합니다. 다음 문제에서도 또 그 다음 문제에서도 오답의 연속입니다. 영상을 보는 우리 아이들이 답답해합니다. 영상 속 대학생은 왜 자꾸만 틀린 대답을 할까요. 유치원생보다도 더 인지 능력이 떨어진 학생이어서요? 아닙니다. 시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어서요? 그것도 아닙니다.


타인 잘못된 생각에 휩쓸려선 안돼
관습 등 옳은지 생각하는 힘 길러야
자신 의지 따라 행동할 용기도 필요



이 영상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실험실 속의 방에는 다른 여섯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실험을 도와주러 온 연기자입니다. 이들은 7번째 학생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각본에 따라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1번에서 6번의 의자에 재빨리 앉아 주인공이 가장 마지막 자리인 7번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게 하였고 차례대로 틀린 답을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1번 문제에서 7번째의 주인공은 꿋꿋하게 “정답은 B입니다”라고 하여 위기를 벗어납니다. 또 다시 제시된 같은 유형의 2번 문제. 유치원생도 알만한 문제의 정답은 C입니다. 하지만 6명 모두 ‘B’를 차례대로 외칩니다. 드디어 7번째 주인공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6명이 한꺼번에 주인공을 보는 것도 각본입니다. 그랬더니 주인공의 입에서 “정답은 B입니다”라는 잘못된 대답이 나왔습니다. 계속된 다음 문제에서도 7번째 주인공은 이미 포기한 듯 앞의 6명이 말한 오답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합니다. 실험은 계속되었고 7번째 의자의 주인공이 다른 대학생으로 바뀌었으나 놀랍게도 70% 가까운 사람들이 상황의 압력에 굴복하고 맙니다. EBS 방송국의 ‘틀린 문제 실험으로 본 상황의 힘’이라는 영상입니다.

영상을 소재로 학생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왜 7번째 앉은 학생은 틀린 대답을 하는 것일까?” “자기만 다른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해서요.” “그게 무슨 뜻이지?” “모두가 A라고 하고 있는데 혼자서 B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 같아요. 혼자서 다른 대답을 하면 따돌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용기가 있어야 정답을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저렇게 뻔히 오답인 줄 알면서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을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보면 잘못된 행동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을까봐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따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왕따 같은 거요.” “너희들이 영상 속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저는 분명히 정답을 말할 것입니다. 틀린 답이 분명한데도 따라가는 사람이 되진 않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생각과 대답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수업의 의미를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율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학자는 ‘어떤 상태를 자신으로부터 처음 시작하는 능력’이라고 하였습니다. 사회적 강제나 외적인 세력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율이라고 보는 거지요. 학급에서 한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을 본다면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여 휩쓸리지 않는 것이 자율인이 할 일이지요. 아니 더 나아가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니 그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많은 종류의 무책임한 사람을 봅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몰라서 그랬어요’ ‘남이 하니까 나도~’라거나 ‘상황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와 같은 무책임한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가진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소하고 작은 행동이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어야지’ ‘급식 시간에 새치기를 하지 않겠다’와 같은 사소하고 작은 행동이어도 충분하겠지요. 작고 사소함이 사회를 변화시키지요.

아이들이 의지의 자유를 가진 인간이 될 수 있게 우리들은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관습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도록, 자율적인 행동에는 도덕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닫고 신중하게 생각하도록, 자신의 생각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 생각에 또 생각을 더해 보는 기회를 끊임없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생각은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내 자녀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 이것이 우리 어른들에게 큰 숙제로 다가옵니다.

신현숙<대구 조암중 수석교사>

기자 이미지

최은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