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쓰는 선생님, 초등학생 제자들과 詩에 살다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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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5 07:30  |  수정 2018-05-15 08:45  |  발행일 2018-05-15 제11면
칠곡군 약목초등 교사 홍기씨
“상처받은 아이들 치유하는 마법”
기간제교사로 일하며 창작지도
학생들 작품으로 시집출간 계획
20180515
스승의 날을 2주 앞둔 지난 2일 홍기 선생님(뒷줄 가운데)이 칠곡 약목초등 3학년2반 제자들과 함께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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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상처 입은 학생들을 치유하는 마법이랍니다. 속상할 때 시를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기 때문이지요.”

칠곡 약목초등 3학년2반 담임을 맡고 있는 홍기 교사(61·사진). 그는 학교에서 ‘시 쓰는 교사’로 유명하다. 학생을 가르치는 게 본업이지만 시를 비롯해 수필·소설·동화 등 글솜씨도 탁월하다. 문경이 고향인 그는 2015년 명예퇴직 후 지난해부터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교내 ‘학생 시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그가 시를 가르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시 창작을 통해 상처받거나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다.

“시 창작은 아이들 정서적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한테 혼이 난 아이가 속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글로 털어놓으면 격했던 감정이 봄눈 녹듯 해소가 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시를 통해 치유되고 정서적으로 순화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홍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방학이 되기 전 아이들의 시를 엮어서 시집을 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업·상담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세 번 학생들이 쓴 시를 검사하고 지도한다. 금요일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도 시 동아리 지도를 하고 있다. “사실 시 창작 지도가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좋은 시를 들려줘야 하고 대화도 나눠야 하고 학생이 쓴 시를 컴퓨터에 옮겨야 합니다. 교사들이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중간놀이시간(20분)이나 점심시간, 방과 후에도 학생들의 시를 검사하곤 합니다. 정신이 없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을 위한 시 지도를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는 ‘시 쓰는 교사’로 알려져 있지만 수필·동화 작가로도 유명하다. 교직 입문 초기였던 1985년 동시작가 최춘혜 교사를 만나 이듬해 동시 작가로 등단한 데 이어 1990년 동화 작가로도 등단했다. 자신의 유년기를 회상하며 1990년대 초 출간한 연작동화 ‘복이 시리즈’(총 5권)는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로 머무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후 여러 군데서 집필 요청을 받는 등 지금까지 모두 33권의 책을 펴냈다. 지난해 펴낸 수필 ‘섬에서 단순하게 살아보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돼 전국의 학교·도서관 등에 보급됐다.

“시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깨뜨려야 합니다. 낙서도 좋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시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뒤에 시의 형태를 조금씩 다듬다 보면 좋은 시가 나오게 되지요.”

그는 항상 반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학교 급식시간엔 어김없이 아이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들려주는 담임 선생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최근 그는 오카리나 연주 경력(10년)을 살려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오카리나를 지도하는 등 재능기부도 실천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이나 숙제 등에 쫓기다 보니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그저 사랑만 받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모두 주고 싶습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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