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주름살 편 부녀회원 난타 공연

  • 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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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6   |  발행일 2018-05-16 제13면   |  수정 2018-05-16
청도 금천 박곡리 경로잔치
다양한 먹거리도 준비
청년들은 어르신에 큰절 올려

어르신 주름살 편 부녀회원 난타 공연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청도군 금천면 박곡리 부녀회원들이 마을회관 앞뜰에서 난타 공연을 하고 있다.

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쇠(가시) 쥐고/ 늙는 길 가쇠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드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즈렴길(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후기 유학자 역동 우탁 선생의 늙음을 한탄하는 ‘탄로가’ 시조 가락이 어르신 잔칫상을 타고 울려 퍼진다.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은 청도군 금천면 박곡리 마을은 새벽 댓바람부터 부산스러웠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야무진 손끝으로 빚어낸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마을회관에 차려지자, 마을 어르신들이 줄지어 입장했고 마을 경로잔치는 시작됐다.

박곡리(속칭 박실리)는 인근에 소문이 자자한 효자마을. 이날 주민 모두는 ‘경로효친 마을잔치’를 정성으로 마련했다. 돼지와 염소 고기는 행사 전날 미리 장만했고 당일에는 떡시루에서 나는 쑥떡의 구수한 향기와 함께 아낙네들의 손맛이 더해진 다양한 먹거리로 푸짐한 잔칫상이 준비됐다. 이어 마을청년회는 노인들의 만수무강을 빌며 단체로 큰절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박곡리 부녀회원들로 구성된 16명의 난타 공연은 모처럼 만에 어르신들의 굵은 주름살을 펴게 하는 파안대소로 이어져 절정을 이뤘다. 박곡리 부녀회는 평소에도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들을 수시로 방문해 안부를 묻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등 사실상 며느리 노릇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박실리 마을의 경로잔치는 1987년 동네주민 2명이 20만원을 희사해 그해 5월8일에 첫 상이 차려졌다.

박곡리 노인회는 평균 연령 83세 이상으로 최고령 박순득 어르신(여·96)을 비롯해 1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7가구는 독거노인이다. ‘집에 있는 흔한 닭은 하찮게 생각하고 멀리 들에 있는 꿩은 귀하게 생각한다’는 ‘가계야치(家鷄野雉)’란 말을 곱씹어본다. 최희동 박곡리 이장은 “곁에서 부모님을 모시면서 이웃어른을 보살피는 박곡리 부녀회와 청년회가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는 친자식들보다 더 효자·효부 노릇을 한다는 평소 어르신들의 말씀이 결코 낯설지 않다”고 칭찬했다.

박곡리 마을은 쌀농사를 비롯해 감·복숭아·대추 등 과수농업을 하는 전형적 농촌마을로 120가구 237명이 살고 있다. 마을 형상이 호박(琥珀)과 비슷해서 박실이라 불리며 마을에는 보물 203호 석조여래좌상과 원광법사가 창건한 보물834호 대비사 대웅전이 있다.

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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