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한반도의 봄, 경북도가 이끌자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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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6   |  발행일 2018-05-16 제30면   |  수정 2018-05-16
누구도 생각 못한 남북회담
미래의 더 큰 성공 이루려면
중앙과 지방 함께 손잡아야
여러 경험 가진 경북 앞장서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실행을
[동대구로에서] 한반도의 봄, 경북도가 이끌자

#1. “평양-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20 개막을 선언합니다.” 평양시 김일성광장 특설무대에 마련된 평양-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함께 단상에 올라 개막을 선언했다. 그동안 경주세계엑스포를 개최했던 캄보디아·터키·베트남 국가정상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문화사절도 커다란 박수로 성공적인 평양엑스포 개최를 축하했다. 열병식 등 국가 최고 행사가 열리는 김일성광장을 북한이 엑스포기간인 한달 동안 내어 줄 정도로 북한도 이번 평양엑스포에 거는 기대가 크다.

#2. 개성시 송도리 ‘경북사과 과수농원’을 찾은 대구경북능금농협 및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에게 과수원 생산주임 김능금씨는 “예전에는 대구사과, 경북사과가 남조선에서 최고로 맛난 사과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개성사과가 최곱네다.” 2008년 경북도가 송도리 협동농장에 사과나무 7천주를 기증해 조성한 경북형 사과과수원에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후속 정책으로 경북도의 선진 재배기술이 접목되면서 개성사과는 서울 강남 아주머니들이 입도선매할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G20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한 베를린구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을까?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한반도의 평화는 지금 시작되고 있다.

이제 시작인 만큼 남과 북이 헤쳐나가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많다. 중앙 정부가 큰 틀을 갖고 실행해 나가겠지만, 지방자치단체도 중앙 정부 못지않게 해야할 일이 적지 않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북한과의 다양한 사업을 계획추진하고 대화채널을 가진 경북도가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경북도는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를 통해 2014년 러시아산 유연탄을 북한 나진을 거쳐 포항항으로 운송한 경험을 갖고 있다. 또 2008년 개성시에 신 경북형 사과원을 조성했다. 이보다 앞서 1992년에는 남북한과 중국, 몽골 등 각국 전문가들로 실크로드 학술 탐사단을 구성·운영해 북한 신의주와 평양·개성을 탐사했다. 1998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는 북한관을 운영했으며, 2000년 엑스포 당시에는 북한영화 ‘달매와 범달이’ ‘자매들’ 등을 상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는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세부사업 등으로 구체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환서해벨트’ ‘환동해벨트’ ‘접경지역벨트’ 등 H자형의 3개 벨트를 주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 경제지도는 에너지·자원·물류·교통·산업 등을 포함하는 거대한 국가 정책으로 중앙 정부의 주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중앙정부가 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정부차원에서의 통일준비는 정치적 문제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담에서 벗어난 경북도차원의 교류협력은 보다 자유롭다.

신라가 북한을 거쳐 로마까지 연결한 실크로드를 매개로한 문화교류, 농도 경북의 우수한 농업기술을 통한 북한 농촌경제의 발전, 산림녹화기술 전수를 통한 황폐화된 북한 산림복구 등은 경북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아울러 나진∼하산을 연결하는 포항 영일만항의 북방 물류거점으로서의 육성도 필요하다.

지난 12년 동안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지휘 아래 준비된 통일시대의 사업들이 차기 도지사 시대에 실행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검토와 행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쫓기보다는 실천가능한 것들부터 차근차근 실행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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