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생의 원리와 장애인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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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7   |  발행일 2018-05-17 제29면   |  수정 2018-05-17
[기고] 상생의 원리와 장애인 고용
이승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융복합훈련팀장)

몇 해 전 한 대형마트에서 ‘통큰 치킨’이란 이름으로 판매됐던 값싼 치킨이 세간에 큰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형유통업체가 영세상인들의 상권으로까지 판매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었다.

물론 프랜차이즈 치킨점의 판매가격이 원가 대비 적정한 것인지에 관한 반대 논란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양자의 대립되는 논란 속에 대형마트는 1주일 만에 저가 치킨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보다는 ‘상생(相生)의 원리(原理)’라는 더 큰 명분을 좇아 판매 중단을 결정했던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자유경쟁원리보단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상생의 원리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더 설득력 있는 소중한 가치임을 국민이 신뢰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정(公正)한 사회 실현을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기본 방향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공정사회의 실현을 위한 핵심가치 중 하나가 상생원리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강자가 약자를 위해 보듬어주고 베풀어준 은혜가 결국 돌고 돌아 다시 강자를 떠받치는 힘이 되어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 약자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 없이 자기만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 이것이 바로 상생의 원리다. 이 상생 원리는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선진화된 사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므로 사회 각 방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구현돼야 한다.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이런 상생의 원리가 구현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대표적인 게 장애인고용 영역이다. 경쟁 원리만 강조하게 될 경우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이래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상생 원리를 구현하는 정책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고, 그 결과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생산자적 지위를 함께 유지해 올 수 있었다.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상생 원리가 장애인고용으로 구현돼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많은 대기업이 장애인고용을 통해 상생 원리를 이미 실천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진한 상태다. 이는 장애인의무고용 이행비율(46.8%)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특히 대기업이 선도하는 선진국과 달리 대기업 이행비율이 중소기업보다 현저히 저조하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장애인고용 실천을 통해 ‘상생지도(相生之道)’를 구현하는데 적극 동참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힘 있는 자들이 조금씩 더 양보하고 약자와의 상생을 도모해 나갈 때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승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융복합훈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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