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기 재정지원에만 치우친 ‘노동시간단축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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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23면   |  수정 2018-05-18

정부는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열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지원 대책을 내놨다. 7월1일부터 최대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드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 노동자 1명당 인건비 지원금을 기존 월 40만원에서 월 60만원으로 인상한다. 2020년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법정 시행일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선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신규채용 1인당 지원금이 월 최대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임금의 일부분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정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부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노동시간 단축에 발맞춰 양질의 일자리를 구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대책이 없고,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실질적인 방안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노선버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21개 ‘특례제외 업종’에 대한 지원책이 미흡하다. 노선버스의 경우 7월1일부터 주 최대 68시간 노동이 적용되지만 면허·교육 등 진입장벽으로 즉각적인 인력 충원이 힘들어 비상이 걸렸다. 한국교통연구원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은 당장 올 7월부터 1만3천여명, 내년 7월부터는 최대 2만4천700여명의 버스 운전자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하도록 지도한다는 등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 사회복지서비스업도 필요한 인력을 단계적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고통을 줄이는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고 충분한 인력공급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규제 완화와 설비투자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 감소 등 예상되는 후유증이 만만찮다. 정부는 충격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단기처방이 아닌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땜질식 재정 투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단위로 적용되는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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