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신안 압해도 송공산 분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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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37면   |  수정 2018-05-18
허리 숙여야 제대로 보이는 아름다움…어디 분재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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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산 분재공원의 아름다운 트레킹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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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미술인 쇼나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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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산 자락에서 내려본 해무 낀 바다와 김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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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육지에서 압해도로 이어지는 바다위 다리 압해대교.

오월 청보리 물결, 바람 타고 바다로 가 파도가 된다. 그린(green)만 보면 그린 홀(green hall)에 빠지는 나에게 청보리밭 데칼코마니는 바다다. 그리고 그린은 그리움이다. 신안 압해도 오월의 바다도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목포 출신 노향림의 시집 제목이다. 압해도에 들어서면서 두고 온 오월의 청보리밭, 바다, 그리움이 쉬지 않는 풍차가 된다. 압해도는 그리움을 쫓아가서 만나는 섬이다. 압해대교를 지나 압해도에 들어선다. 압해도는 낙지발처럼 생겼다. 그래서인지 압해도 뻘 낙지는 유명하다. 최고의 맛 자랑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삽이나 주낙으로 잡는다. 낙지는 회색이지만 주위의 빛에 따라 보호색을 내며, 위험하면 먹물을 뿜고 도망친다. 압해도 송공항 일대에 뻘 낙지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섬의 캐릭터를 낙지로 하면 어떨까.

낙지발처럼 생긴 압해도 뻘낙지 유명
바다 섬그림자 사이 어공 한폭의 그림
가문에서 정승 많이 나온 가룡리 정승동

신안육지에서 바다 건너는 압해대교
송공항∼암태도 신안 새천년 여는 숙원
국내 두번째 긴 새천년대교 연말완공

바다 둘러싼 섬, 해무 속 백일몽 같아
송장수 전설의 송공산 기슭 분재공원
자연 감상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 인기
수억원대 분재와 쇼나작품 전시·관람


섬의 평지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섬의 동남부는 평지다. 간척사업으로 경작지를 만들어 평지가 훨씬 넓어졌다. 그리고 100여 개의 구릉지도 있다. 곳곳에 밭이 있고 무화과를 많이 심었다. 무화과는 압해도의 대표식물이다.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는 과실이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꽃이 과실 안에서 피어 그냥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압해도의 무화과는 맛나기로 정평이 있다. 어쩐지 무화과의 무화가 무화(無火)로 여겨진다. 화(火)를 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다. 마치 무화과처럼.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는 마음에 욕심의 불이 꺼진 분을 말하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니 염전을 개조해 송어 양식을 하는 양식장이 나타난다. 압해도 염전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지금은 많이 축소되었다. 마침 이른 간조 때라 갯벌에서 삽 또는 작은 배를 타고 낙지를 잡는 어공들이 바다와 섬 그림자 사이로 피어나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룡리의 정승동이 아삼하게 보인다. 정승동은 압해정씨(丁氏) 도선산(시조 묘) 일대를 지칭하는데, 시조 대양군 정덕성과 그 후손들의 묘역이다. 정덕성은 서기 800년 당나라 남양에서 출생, 814년(당 현종) 15세에 대과 등과해 오원제의 난을 평정한 후 대양군에 봉군, 대승상이 되었다. 그 후 군국사로 직접 상소하다가 853년(신라 문성왕 15년)에 신라 압해도로 유배되고, 여기에 눌러 살다가 893년 향년 94세로 세수를 다하자 정승동에 안장했다.

정승동은 가문에서 정승이 많이 나와 붙여진 명칭이다. 정일권 전 국무총리, 정래혁 전 국회의장, 정세균 국회의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기라성 같은 분들이 압해정씨다. 편도 1차로 도로는 버스가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곧 바로 송공항으로 간다. 아주 큰 주차장임에도 승용차가 빽빽하게 차 있어 하릴없이 도로 옆에 잠시 쉬면서 새천년대교를 먼데서 본다. 압해도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송공항에서 암태도로 건너가는 대교를 놓는 것은 신안군의 숙원사업이었다. 일단 암태도로 건너기만 하면 은암대교로 자은면에, 중앙대교로 팔금면에, 신안제1교로 안좌면에, 안좌자라대교(2018년 완공)로 자라도에 갈 수 있다. 그러하니 새천년대교는 신안의 새 천년을 여는 꿈과 미래의 다리일 수밖에 없다. 올 연말에 완공 예정인데 총길이 10.8㎞ 중 순수 해상교량 7.26㎞로 인천대교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긴 대교가 된다. 이 공사로 말미암아 이미 있는 비금면과 도초면을 잇는 서남문대교, 하의면과 신의면을 잇는 삼도대교 등과 함께 이른바 섬들의 고향 신안에서 다이아몬드 제도를 잇는 천도 천색 천리 길이 완성된다. 새천년대교가 완성되면 꼭 찾아가봐야 할 새로운 트레킹 로드가 될 것이다. 이제 송공산 분재공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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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산 분재공원 내의 아름다운 초화원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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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산 분재공원의 아름다운 생태연못.

◆송공산 분재공원 답사

송공산(宋孔山)은 송장수(宋將帥)의 전설에서 얻은 산명(山名)이다. 까마득한 옛적 어느 날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우레가 진동하며 큰소리로 울부짖는 사람의 소리가 압해도를 뒤흔들었다. 이어 말울음 소리도 울려 퍼졌다. 이때 온 섬이 크게 흔들리고 바다에서 회오리 파도가 일고, 송공산과 연결된 역도가 압해도에서 갈라져 나갔다. 이윽고 사위가 가라앉자 송공산 아래 백사장 큰 굴에서 위풍도 당당한 송장수가 나타나 석장과 활·창을 들고 송공산에 올라가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역시 어느 날 문득 바다 가운데서 흰 물거품이 일고 큰 소용돌이와 함께 바다가 뒤집혔다. 큰 구렁이 두 마리가 바다 고기를 서로 잡아먹으려고 싸운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송장수가 화가 나서 구렁이를 활로 쏘고 칼로 쳤다. 구렁이 한 마리는 죽고, 살아남은 한 마리는 잽싸게 옆의 매화도 산정으로 달아났다. 송장수가 쫓아 꼭대기에 가니 굴이 있어 속으로 들어가 구렁이를 죽였다. 동굴에는 구렁이가 잡아둔 고기가 가득 차 있었다. 송장수가 다시 송공산으로 돌아오기 위해 힘껏 뛰었는데, 아차 하는 순간 넘어져 왼손을 짚었고, 지금의 하룡 뒤 새원 안에 다섯 손가락이 박힌 흔적이 있는 바위가 그것으로 송 장수 바위라 한다. 또 넘어지는 순간 송장수의 투구가 벗겨져 매화도에 떨어졌는데, 지금의 장군봉이 그때 벗겨진 송장수 투구라고 한다. 송장수가 다시 일어나 힘껏 뛰었으나 우거진 송공산 칡넝쿨에 걸려 다시 넘어지고 영영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상을 하직했다. 이 전설의 중심인 송공산은 압해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송장수의 ‘송(宋)’자와 송장수가 나온 구멍의 ‘공(孔)’을 따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전설이다.

아득한 바다를 둘러싼 섬들이 해무 속에 하롱하롱 피어 있는 백일몽 같은 경관을 바라보며 송공산 기슭에 있는 15㏊ 부지의 분재공원에 들어간다. 2009년 4월에 개관한 남도에서 가장 인기 높은 트레킹 코스다. 입구 양쪽 기둥에 1004라는 양각이 있는데, 이것은 신안의 섬이 1004개라 천사의 섬으로 부르는 데서 연유한 것이다. 천사섬은 유인도 72개, 무인도 932개로 섬들의 은하계라 불리기도 한다. 분재공원은 자연을 소중히 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감상하고, 걸으면서 사색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분재작품 앞에서 허리를 숙이면 분재를 볼 줄 아는 사람이고,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분재를 볼 줄 모르는 사람” 이라고 한다. 그게 어디 분재뿐이겠는가. 사람도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이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천천히 관람한다. 물론 허리를 숙여서. 이곳에는 소나무, 주목, 금송 등의 분재와 아프리카의 영혼과 자연의 신비가 깃든 다양한 쇼나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쇼나작품 중에 여인·모자상에 오래 시선이 머문다. 이어 최병철분재기념관을 들르고, 저녁노을 미술관에서 한국화로 남도 화풍을 이어가는 신안 출신 박용규 화백 작품도 관람한다. 분재원에서 시가 5억원짜리 주목과 팽나무 분재도 본다. 그리고 초화원·삼림욕장·생태연못을 거쳐 미니 수목원과 애기동백 군락지에서 잠시 머물다 출구로 나온다. 바닷가에 있는 아주 큰 주차장에서 김 양식장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제 곧 눈자위를 붉게 하는 아름다운 노을이 오겠지.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서늘한 눈매의 바닷바람 마시며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트레킹이지만 오늘은 여기서 뚜껑을 닫는다.

글=김찬일 시인 대구 힐링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송공항 - 송공산분재공원 내 - 유리온실 - 최병철분재기념관 - 저녁노을 미술관 - 분재원 - 초화원 - 삼림욕장 - 애기동백 군락지 - 생태연못 - 미니 수목원 - 출구

▶문의 :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685, 송공산 분재공원 (061)240-8778

▶내비 주소 : 전남 신안군 압해면 수락길 330

▶주위 볼거리 : 송공산 둘레길(분재공원 바로 옆에 있음), 죽도 노두길, 임자도, 하의도, 신의도,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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