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왕자·배우 마클‘백년가약’…英왕실 관례 깬 ‘파격적 결혼식’

  • 입력 2018-05-21 00:00  |  수정 2018-05-21
흑인 주교 설교·흑인 합창단
다양성 돋보여 세계가 찬사
10만 구름인파 속 마차행진
해리왕자·배우 마클‘백년가약’…英왕실 관례 깬 ‘파격적 결혼식’
해리 영국 왕자가 19일(현지시각) 런던 인근에 위치한 윈저 성의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부인 메건 마클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왕자·배우 마클‘백년가약’…英왕실 관례 깬 ‘파격적 결혼식’
영국 해리 왕자와 배우 메건 마클이 마차를 타고 결혼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믿으십시오."

19일(현지시각) 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 여배우 출신의 메건 마클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미국의 민권 운동의 전통에 선 흑인 성공회 주교의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에 조금은 낯설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랑이 가진 힘에 관한 정열적인 설교와 흑인 기독교전통이 짙게 우러난 분위기는 다소 딱딱한 정통 성공회 스타일의 설교에 익숙했던 영국인들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흑백혼혈인 미국 출신 할리우드 여배우를 왕세손빈으로 맞은 영국의 변화상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결혼식 설교를 맡은 성공회 사제는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성공회(영국국교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신부(65). 그는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랑과 구원에 관한 말을 인용하며 설교를 시작했다.

“사랑의 힘,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랑이 바로 그 유일한 길"이라고 커리 주교는 강조했다.

커리 주교는 미국에서 동성애자 보호와 흑인 인권 증진에 목소리를 높여온 성공회 사제다.

이날 결혼식에서 공연한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은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BBC 방송의 ‘2016년 젊은 음악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신부인 마클이 직접 카네 메이슨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여왕 전속 목사 역할을 맡았던 로즈 허드슨 윌킨이 결혼식에서 연설을 했다. 이날 결혼식을 지켜보기 위해 윈저 성에 도착한 하객 면면에서도 이전 왕실 결혼식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마클의 동료 배우인 이드리스 엘바,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등 흑인들이 대거 결혼식에 초청되면서 하객들도 이전 왕실 결혼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결혼식을 마친 해리왕자와 마클은 이날 오전 11시35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부분의 주말을 보낸다는 윈저 성 앞에서 마차를 타고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4마리의 말이 마차를 끌었고, 마차 뒤로는 수십 명의 왕실 기병이 행렬을 이뤘다. 윈저 성 밖에 운집한 10만여명의 군중에게 차례대로 인사한 해리 왕자 부부는 윈저 시내를 한 바퀴 돈 뒤 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