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쏙쏙 인성 쑥쑥] 다른 사람이 백 번 노력하면 나는 천 번 노력하겠다(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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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07:52  |  수정 2018-05-21 07:52  |  발행일 2018-05-21 제18면
[고전 쏙쏙 인성 쑥쑥] 다른 사람이 백 번 노력하면 나는 천 번 노력하겠다(人百己千)
박동규<전 중리초등 교장·시인>

올해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보면 교사의 54%가 ‘1년을 무탈하게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원인은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가정 내 예절교육 부족 등이 교권 침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교사들은 대답했습니다.

필자가 읍 소재지 학교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담임을 맡은 주은이의 아버지는 경찰서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필자가 주번을 맡아 학교 교문 앞에 서 있을 때면, 주은이 아버지는 정복을 입고 경찰서로 출근할 때 항상 차에서 내려 허리를 굽혀 깍듯이 예의를 차려 인사를 하곤 하였습니다. 주은이가 학급에서 모범생이었던 것도 아마 가정교육이 잘 된 결과인 듯합니다.

주은이 말에 의하면, 아버지 책상 앞에는 ‘현두자고(懸頭刺股)’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학자 손경은 책 읽기를 좋아하여 잠이 오려고 하면 상투를 끈으로 매어 그 끈을 대들보에 매어달고 잠을 쫓았답니다. 정치인 소진은 공부하다가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필사적으로 공부하였답니다.

‘계원필경(桂苑筆耕)’에도 최치원의 현두자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기 868년 신라 헌강왕 때 12세의 나이로 당나라에 유학 가는 최치원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훈계하였습니다.

“10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지 못하면 내 아들이라고 말하지 말라. 나 또한 자식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 가서 부지런히 공부에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의 그 엄하신 말씀에 최치원은 ‘인백기천(人百己千)’하겠다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인백기천’은 ‘다른 사람이 백 번 노력하면 나는 천 번 노력하겠다’는 뜻입니다. 최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상투를 대들보에 묶어 매고, 잠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6년 만에 과거에 합격하였습니다. ‘마음 챙김’의 뜻을 알고 엄청나게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최치원은 당나라 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시나 부(賦)로 남겼습니다. 그것들을 간추려 처음 펴낸 책 이름은 ‘중산복궤(中山覆)’입니다. 중산(中山)은 최치원이 머물렀던 땅 이름이고, ‘복궤(覆)’는 ‘한 삼태기를 덮어야 나아갈 수 있다’는 공자의 말씀입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학문함을 비유하면 산을 만듦과 같다. 한 삼태기를 이루지 못하여 그치는 것도 스스로의 그침이다. 또 땅을 평평하게 고르게 하여 한 삼태기를 덮어 나아감도 스스로의 전진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머물고 나아감은 자기 스스로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작은 것이 모여야 큰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마음 놓침’을 경계해야 합니다. 인백기천은 최치원의 명상(瞑想)입니다. 명상은 ‘마음 챙김’입니다.

내일은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과거를 떨쳐내려 하지도 말고, 미래를 붙잡으려 하지도 말고, 현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 챙김’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명상하는 까닭입니다. 박동규<전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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