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현실은 진실게임이 아냐

  • 최은지
  • |
  • 입력 2018-05-21 07:54  |  수정 2018-05-21 07:54  |  발행일 2018-05-21 제18면
“솔직함이라는 이름의 독설을 내뱉진 않았는지…”
진실은 밝혀졌을때 정의로워야 해
상대방 고려했는지 성찰할 필요도
꾸민 말도 배려하는 생활 중 하나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현실은 진실게임이 아냐

어른들은 학창시절에 진실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지금 학생들도 진실게임을 한두 번은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진실게임은 어떤 질문이든 주어진 질문에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지 못해 곤란해지기도 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어려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진실게임을 하게 되었을까요?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도덕시간에 진실을 말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진실게임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실에서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을 다루는 게임은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진실을 말하지 말아야 할 경우도 많이 겪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까요?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상황을 우리의 학교생활에서 몇 가지 찾아 ‘상황 1’ ‘상황 2’로 제시해 보았습니다.

#‘상황 1’

미술시간에 친구가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묻습니다.

“어때? 그림 잘 그렸지? 난 나중에 화가가 될까봐!”

그런데 여러분은 그 친구가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했고, 화가가 될 수 있는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상황 2’

친구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한 장 보여주며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내 동생 사진이야, 세 살인데 예쁘지?”

그런데 사진 속의 동생은 사실 예쁘게는 보이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러분이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면 ‘상황 1’에서는 “열심히 그렸겠지만 잘 그린 것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할 것입니다. 진실게임에서는 내가 이렇게 말하더라도 친구는 “이것은 게임이니까 괜찮아”하며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말을 들으면 매우 속상해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속마음이 그러하더라도 “와, 정말 잘 그렸다”하며 감탄해 줍니다. 왜냐하면 친구가 실망하는 모습보다는 기뻐하는 모습이 좋기 때문입니다.

‘상황 2’에서도 여러분이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면 “아니, 귀엽기는 하지만 못생겼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와, 정말 예쁘다. 넌 이런 동생이 있어서 좋겠다”라고 말해 줄 것입니다.

진실은 그것이 밝혀지는 것이 정의로울 때 말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진실을 말하였을 때 상대방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고 상처를 준다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정의롭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야.” “난 성격상 거짓말을 못해.” “난 마음속에 무엇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야. 대신 뒤끝은 없어” 등의 이유를 들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실망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게 독설을 내뱉지는 않았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 것,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예쁘게 꾸며서 말하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생활 중에 한 가지일 것입니다. 현실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진실게임이 아닙니다. 김장수<대구 진천초등 교장>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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