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의 ‘변신은 무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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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  발행일 2018-05-21 제23면   |  수정 2018-05-21
20180521

법정드라마가 다양한 변주로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거의 동시다발적이다. 기존 법정드라마들과 궤를 달리하는 최근작들은 법정물이 무겁고 딱딱한 것만 있는 건 아니라는 듯 장르적 요소를 극대화시켜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일단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래선지 방영을 앞둔 기대작들도 저마다의 필살기를 탑재한 법정물이다.

◆꾸준히 사랑받는 인기 장르

법정물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장르 중 하나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한꺼번에 안방극장에 등장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영화와 방송의 크로스오버 현상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방송계로 진출한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미 작업이 익숙해진 법정물의 활용도를 높인 측면이 있다. 법정물은 실체적 진실과 정의 추구라는 주제 의식을 내포한다. 때문에 지적 자극을 주는 정교한 대본을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수반되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은 다른 장르물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법정물만의 짜릿한 매력이다. 흥미롭게도 현재 방영 중인 법정드라마들은 법정물로서의 정통성 추구보다는 변주를 통한 장르적 접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 ‘슈츠’
만화 요소 차용한 ‘무법변호사’
검사소재 ‘스위치’‘검법남녀’
변주 통한 장르적 접근에 초점

‘미스 함무라비’·‘친애하는…’
생활밀착형 드라마도 대기중



◆사기꾼과 손잡은 검사,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변호사

SBS ‘스위치’와 MBC ‘검법남녀’는 같은 검사를 소재로 다루지만 이야기의 결은 완전히 다르다. ‘스위치’의 천재사기꾼 사도찬(장근석)은 검사 백준수(장근석) 역할을 대행하며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불법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핵사이다’와 같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에게 판을 깔아준 건 개성 넘치는 엉뚱 열혈 검사 오하라(한예리)다. 어찌됐든 두 사람의 공조는 사기와 수사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매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 이 드라마가 ‘롤러코스터 사기활극’으로 불리는 이유다. 깨방정 천재사기꾼 사도찬과 범생이 검사 백준수로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장근석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다.

‘검법남녀’는 ‘한국판 CSI’(미국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실력은 자타 공인 최고지만 괴짜인 법의관 백범(정재영)과 금수저 출신 초임 검사 은솔(정유미)의 공조 수사를 다룬 법정 수사물이다. 부검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법의관과 정의감·열정 넘치는 허당 검사의 의기투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좌충우돌이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은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를 마주하는 형태로 공조를 펼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연출을 맡은 노도철 PD는 “그간 검사와 법의학자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드라마가 많지 않았던 만큼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물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중심의 이야기 전개를 통해 장르에 충실한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tvN ‘무법변호사’는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후 복수를 위해 최고의 승소율을 자랑하는 변호사가 된 봉상필(이준기)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법정활극’이라는 수식어처럼 ‘도장깨기’를 하듯 악한 캐릭터들을 만나면 법보다 주먹을 먼저 행사하는 봉상필의 모습은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사무장 하재이(서예지)도 만만찮다. 그녀는 판사에게 주먹을 날린 대가로 변호사 자격 정지를 당했다.

미국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KBS 2TV ‘슈츠’는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 최경서(장동건)와 천재적인 기억력을 탑재한 신입 변호사 고연우(박형식)의 브로맨스를 그렸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 강&함의 에이스 변호사인 최경서는 자신의 신입 변호사로 자격증이 없는 고연우를 고용했다. 자신감 혹은 자만심에서 시작된 선택이다. 하지만 결국 이 선택이 그의 삶을 뒤흔들게 된다. 어쨌든 탁월한 능력에 더해 팩트와 법리로 무장한 두 사람의 조합은 이 바닥에선 최강이다.

◆생활 밀착형 법정드라마도 대기 중

JTBC ‘미스 함무라비’와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등도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먼저 21일 첫 방영될 ‘미스 함무라비’는 이상주의자 박차오름(고아라)과 원칙주의자 임바른(김명수) 두 젊은 판사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거창한 사건이 아닌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소소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지수를 높일 예정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 작가인 문유석 판사가 직접 대본을 집필한 만큼 리얼한 법정드라마의 탄생이 기대된다. ‘미스 함무라비’ 제작진은 “이야기의 중심이 될 ‘민사 44부’는 사람에 집중하는 민사 재판을 다룬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의 생생한 현실과 삶의 다양한 얼굴을 투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7월 방영 예정인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시윤과 이유영이 출연한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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