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엇갈리는 김경수와 드루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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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  발행일 2018-05-21 제30면   |  수정 2018-05-21
댓글조작피의자 옥중편지
팩트 나열로 金 배후 주장
金은 정치적 음모론 제기
崔게이트, 탄핵, 조기대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송국건정치칼럼] 엇갈리는 김경수와 드루킹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드루킹(김동원)이 한 언론사에 보낸 ‘옥중편지’가 6·13 지방선거 정국의 뇌관이 됐다. A4용지 9장(7천자) 분량의 탄원서 형태 편지에서 드루킹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를 겨냥해 새로운 주장들을 쏟아냈다. 대통령 탄핵정국이 시동을 건 2016년 10월에 파주의 출판사로 찾아온 김경수 국회의원(당시)에게 댓글조작에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시연해 보였다는 대목이 먼저 눈길을 끈다. 김 후보가 지난 3월 말에 사건이 불거진 후 세 차례의 공식 기자회견과 경찰조사에서 “댓글 조작을 몰랐고, 매크로 프로그램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또 “댓글작업을 허락해 달라고 하자 김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텔레그램 메신저 비밀방을 통해 매일 (댓글 조작) 보고를 했고, 밤 11시쯤엔 김 후보가 확인했다”고 썼다.

자신이 이끄는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을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추천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김 후보가 직접 센다이 총영사를 대신 제안하기에 한직이어서 거절했다”고 했다. 드루킹은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다른 피의자가 조사를 받으면서 검사로부터 ‘김경수 관련 진술은 빼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물론 현재로선 드루킹의 옥중편지는 한쪽의 주장이다. 김 후보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검찰도 피의자에게 김경수 진술을 빼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드루킹이 자신과 동료들을 선처해주면 김경수에 대해 진술을 하겠다고 ‘플리바게닝’을 제안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 측은 플리바게닝 무산이 옥중편지를 언론사에 보낸 이유인 것 같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후보는 드루킹이 주장하는 팩트들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선거가 한창인 시점에 논란거리를 확산시키지 않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드루킹이 주장한 팩트 확인은 매우 중요하다. 포항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 멤버라고 자신을 소개한 드루킹은 “최순실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우리 관계는 자연스럽게 대선으로 갔다”고 했다. 이 대목은 드루킹과 함께 구속된 공범 박모씨(필명 ‘서유기’)가 “대선 전후로 댓글 조작을 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과 일치한다. 이들은 조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킹크랩’이란 서버를 구축하기도 했다. 물론 드루킹 댓글 사건은 국가권력기관이 대선에 직접 개입한 보수정권 시절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또 SNS를 통한 선거운동은 광범위하게 허용되기 때문에 적법과 위법 사이의 경계가 애매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전모가 철저히 밝혀져야 하는 건 김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까닭이다. 드루킹이 깃털이고 큰 몸통이 따로 있는지, 아니면 드루킹 본인이 조그만 몸통인지 규명돼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조기 대통령선거로 이어진 과정에 정치세력이 개입한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밝힐 주체는 지방선거 직후 가동될 특검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각 정권마다 살아 있는 정권을 겨냥해 여러 차레씩 특검이 실시됐지만 대부분은 면죄부를 주는데 그쳤다. 더구나 김 후보가 현역 도지사가 될 경우 압수수색이나 소환 같은 강제수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키를 특검이 아니라 김 후보가 쥘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 후보가 선거 전 진행될 경찰 조사에서든 이후의 특검 조사에서든 진실을 말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대응이 아닌 팩트 설명과 확인이 필요하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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