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아파트단지만 눈에 들어오는 대구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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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  발행일 2018-05-21 제31면   |  수정 2018-05-21
[월요칼럼] 아파트단지만 눈에 들어오는 대구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겠구나.” 지난주 대구시가 수성구 연호동 일원으로 법원과 검찰청을 이전하는 연호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을 때, 필자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법원·검찰이 이전하는 연호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뿐 아니라, 현 법원·검찰청 일원 후적지도 아파트 숲으로 바뀔 것 같았다.

연호지구 개발계획에는 3천8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소프트웨어업체 등을 유치해 첨단·벤처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나는 벤처기업 육성 계획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연호지구이기 때문에 입주할 기업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대구 첨단·벤처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기업 붐이 일 때, 대구시는 동대구벤처밸리 조성 계획을 세웠다. 동부소방서 앞에서 범어네거리에 이르는 동대구로 일원에 벤처기업 및 기업지원기관을 입주시켜, 이곳을 벤처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동대구벤처밸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곳이 벤처기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연호지구가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법조타운으로만 비칠 것 같은 게 현재의 내 생각이다.

동구 봉무동 일원에 조성된 이시아폴리스도 당초 계획 때는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문희갑 대구시장 시절 수립됐던 패션어패럴밸리 조성계획이 원조다. 밀라노 프로젝트(대구경북섬유산업 육성책)의 하나로, 패션·봉제업체가 입주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지금 같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계획이 당초에는 없었다. 시간이 흘러 정책도 바뀌면서, 패션·봉제업체는 없고 대규모 아파트단지만 눈에 띄는 곳이 됐다.

성서5차산업단지도 큰 틀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단지 조성 계획을 세울 무렵, 대구시의 계획은 이곳에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대구시가 말한 대기업이란 공장 부지가 약 33만578㎡(10만평 정도) 되는 대기업이었다. 대구시가 많은 노력을 했지만, 대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 대신 근로자들의 정주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허가해 준 아파트는 성서5차단지를 둘러싸고 있다.

달성군의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동구의 대구혁신도시에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지만, 이들 지역에 가면 입주기업이나 공공기관보다 대규모로 조성된 고층 아파트단지가 더 눈에 띈다.

대단지 아파트는 대형 공영개발의 부대사업으로 조성되는 것보다는 민간개발사업에서 더 많이 쏟아진다.

노후된 단독주택지를 헐고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립하려는 민간의 시도가 요즘 대구 곳곳에서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 민간 시행사가 단독 주택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짓는 것은 주민 간 분쟁이나 재산권 침해 소지가 그나마 적다. 민간 시행사가 지주와 충분히 매수 협의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거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추진하는 재개발은 엄청난 분쟁을 야기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는데 재개발사업지에 포함되고,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생긴다. 주민 간 갈등과 경제적 약자를 거리로 내몰아서 얻은 결과는 고층 아파트 숲이다.

이런 식의 재개발을 막고 도심 모양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도시재생사업이다. 노후된 단독주택지에 공영주차장을 만들고, 테마가 있는 골목을 만들어 단독주택지가 또 다른 볼거리 겸 주거지가 되는 도시재생이 대구에는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도시재생을 위해 총 50조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자금지원을 하는 이때, 대구시는 곳곳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 특히 대구시가 지정한 주거환경개선지구의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아파트 단지가 대구의 모습이 되는 걸 반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구시는 도시재생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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