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도 안 높았는데 녹내장?…환자 77% 정상 안압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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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2 07:42  |  수정 2018-05-22 08:48  |  발행일 2018-05-22 제14면
■ ‘실명’부르는 백내장과 녹내장
20180522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으로 눈이 고생하고 있다. 다양한 질환이 발생해 안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즌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과 별개로 발생하는 안질환이 있다. 백내장과 녹내장이 대표적이다. 이름도 비슷한 두 질환은 헷갈리기 쉽고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질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 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과 녹내장은 어떻게 다르고 치료법은 어떤 게 있을까.

◆안구의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백내장

나이가 들면 신체의 다른 부분처럼 눈도 노화현상을 겪는데, 대표적인 것이 백내장이다. 백내장 발생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피할 수는 없다. 사람의 눈 속에는 안경알처럼 투명한 수정체가 들어 있고, 이 수정체는 사물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어 주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백내장은 이 수정체가 혼탁해진 것으로 사물이 뿌옇게 안개 낀 듯 보이고 침침해지며, 단안복시나 눈이 부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사진기 렌즈에 흠집이 생기거나 먼지가 끼면 사진이 흐리게 찍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정체 혼탁으로 눈앞 흐려지는 백내장
자외선 과다노출·당뇨병 등 의한 발병도
초기보다 생활 지장 있을 때 수술 시행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 좁아지는 녹내장
점안·내복약으로 안압 조절 안되면 수술
발병 땐 완치 안돼 조기진단 유일한 대안



선천성 백내장은 원인 불명이 많고 유전성이거나 태내 감염, 대사 이상에 의한 것도 있다. 후천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노년 백내장이 가장 흔하며, 이외에도 외상·당뇨병·아토피 등의 전신질환·스테로이드 남용·자외선 과다 노출·눈 속 염증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노인성 백내장은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에 의한 것으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백내장의 치료

백내장으로 이미 혼탁해진 수정체는 원래의 투명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약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은 가능하다. 보통 백내장 초기에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수정체 혼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현재 백내장 수술은 대부분 초음파 수정체 유화술로 딱딱하고 혼탁해진 수정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환자의 눈에 백내장 이외에 당뇨망막증, 황반 질환, 녹내장, 시신경 손상 등의 다른 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시력 개선이 늦거나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백내장 환자 중 10~20%는 교정이 필요한 난시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백내장 수술 후 난시교정을 위해 안경을 써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질 수 있다.

◆조기 진단으로 지켜내자, 녹내장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고 뚜렷한 증상 없이 말기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안과 질환이다. 녹내장이 일단 발생하면 완치할 수 없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눈의 구조물에 영양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방수(房水)가 순환하는데, 만일 방수배출구에 이상이 생겨 방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내압이 상승하게 된다. 풍선 안에 공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공기를 계속 넣으면 풍선이 얇아지다가 결국 터져버리는 것처럼 눈의 방수배출구가 막힌 상태에서 모양체가 방수를 계속 생산하면 안압이 오르게 된다. 그 결과 시신경이 압박을 받아 망가져 시야가 점점 좁아지게 돼 결국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녹내장은 만성으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면 아무 자각증세가 없지만, 급성발작으로 발생하는 ‘협우각 녹내장’은 눈의 방수배출구가 갑자기 막혀 안압이 급속도로 증가해 오심·구토·심한 안통·두통 등을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 범위 내에 있는 상태임에도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안압이 정상인데 왜 시신경이 손상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안구 뒤쪽의 혈류장애나 유전적 요인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한국녹내장학회 연구 결과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7%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었다. 녹내장은 급성보다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증상으로 인한 조기 발견은 기대하기 어렵다. 안압의 높고 낮음만으로는 녹내장을 확진할 수 없다.

◆녹내장의 치료

녹내장은 점안약과 내복약으로 안압을 낮춰 치료하지만 만일 이를 통해 안압 조절이 되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나와있는 점안약에는 방수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안약과 방수의 생산능력을 억제하는 종류의 안약이 있다. 여러 종류와 농도가 있어 눈의 상태에 따라 하나에서 여러 개의 약을 병용할 수 있으며, 점안약만으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먹는 약을 첨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약으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계속 진행된다면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어떻게 해도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사실상 치료는 안압을 낮춰서 시신경 파괴를 지연시킴으로써 현 상태에서 시야 손실을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녹내장은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녹내장을 완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식이요법과 인슐린으로 혈당량을 조절하듯이 녹내장 환자도 적절한 약물, 레이저 치료, 수술 등으로 안압을 조절하면 시신경 손상이나 시야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이근아<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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