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병원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서비스 평가 공개에 곤혹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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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07:12  |  수정 2018-05-23 07:12  |  발행일 2018-05-23 제2면
병원 자체 지표로 평가기준 제각각
혼란과 서열화 우려로 공개 꺼려
대구선 경북대병원만 공개 검토
“강점 살려 서울 쏠림 해소” 반론도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내 대형병원 최초로 중증질환치료 결과 등 의료서비스 관련 지표를 공개하자 지역 병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환자의 알권리 충족 등 의료서비스 지표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22일 대구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 의료서비스 지표 공개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경북대병원뿐이다. 계명대동산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 등은 공개 여부를 놓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상급병원이 의료서비스 지표 공개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병원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상급병원 관계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공개한 지표는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이다. 다른 병원이 굳이 따라갈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지역 병원에서도 의료 질을 평가하는 자체 지표는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경우 사망률·합병증발생률 등 100여개 항목을 설정해 두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표결과를 공유하고 지표 개선을 위한 질 향상(QI) 활동도 진행하고 있지만 분당서울대병원처럼 외부 공개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지표 공개를 꺼리는 데에는 ‘병원 서열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하는 ‘수술별 진료량 평가’를 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6항목 모두 1등급이다. 반면 경북대병원은 고관절치환술 등 3개 항목, 영남대병원은 간암 등 4개 항목,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조혈모세포이식술 등 3개 항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지역에서 6개 항목 모두 1등급을 받은 상급병원은 계명대동산병원이 유일하다.

수술별 진료량 평가 1등급은 기준 수술건수 이상이면서 진료결과도 양호한 의료기관으로 평가된다. 상급병원 관계자는 “(지표 공개를)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한들 병원 서열화에 이용될 게 뻔하다는 것이 지역 병원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 공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병원마다 강점을 부각시킨다면 의료기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환자가 서울 특정 대형병원으로만 쏠리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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