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제자들이 스승 위해 차린 특별한 밥상

  • 조경희 시민
  • |
  • 입력 2018-05-23   |  발행일 2018-05-23 제14면   |  수정 2018-05-23
대구 팔달로 여성회관 한국화반
중년의 제자들이 스승 위해 차린 특별한 밥상
여성회관 한국화반 수강생들이 김미아 선생님(가운데 모자 착용)을 위해 마련한 스승의 날 파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봄비 같은 선생님이에요. 메마른 땅에 봄비가 내려 꽃에게 생기를 불어넣듯 한국화반 학생에게 그림을 통해 일상의 다채로움을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지요.”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대구 북구 팔달로 여성회관(관장 변수옥) 한국화반 교실에는 20여명의 중년 주부들이 김미아 선생님(영천시 교촌동)을 위해 준비한 ‘따뜻한’ 밥상이 차려졌다. 수강생들이 집에서 밥과 반찬을 한 가지씩 가져와 상을 차린 것. 평소에도 집밥을 가져와 나눠 먹지만 날이 날인 만큼 이날 밥상은 더욱 특별해 보였다.

주부 수강생들은 매주 화요일 여성회관에서 김씨로부터 한국화를 배우고 있다. 쉰살 넘어 만난 스승이지만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삶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수강생들은 김씨의 화실이 있는 영천으로 소풍을 가기도 한다.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임경숙씨(53·대구 북구 국우동)는 “신비롭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선생님만의 매력에 빠져 벌써 2년째 다니고 있다. 스스로 오기는 했지만 나를 발견할 기회를 준 분”이라며 김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다른 수강생 역시 소녀처럼 순수한 감성의 소유자이자, 행복한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매력 넘치는 분이라며 스승을 치켜세웠다.

김씨는 10년 넘게 여성회관 한국화반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학생을 가르칠 때는 정신적인 부분에 치중해야 하지만 주부를 상대로 그림을 가르칠 때는 심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즐겁게 그리고 있다”고 했다. 또 “나한테 배우러 오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림은 연륜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좋을 듯하다. 70이든 80이든 출강하고 싶다”며 주부와 함께하는 현재를 소중한 시간으로 여겼다.

수강생들이 주로 그리는 것은 채색화다. 특히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연화도를 많이 그린다. 한국화반은 매년 여성회관 1층 상시 전시공간 ‘미소랑’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7~8년 된 수준급 회원도 있지만 입문한 지 1~2년 되는 신입생이 대부분이다. 지난해는 부채에 민화를 그려 전시했고, 올해는 오는 6월쯤 한국화를 전시할 예정이다.

주부들은 그림을 배우고 전시회를 갖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 수강생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쉰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의미있다”고 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