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잔치 마다하고 아파트 직원 위로연 마련한 노인회

  • 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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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  발행일 2018-05-23 제14면   |  수정 2018-05-23
달성 호반 베르디움 더클래스 2차
경로잔치 마다하고 아파트 직원 위로연 마련한 노인회
대구 달성군 호반베르디움 더클래스 2차 아파트 노인회가 경비원·미화원과 관리실 직원 등을 위해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다.

“눈 덮인 벌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려니.”

휴정 서산대사는 사람으로서 바르고 의연한 길로 올곧게 살아 가라는 가르침을 선시로 남겼다. 물은 아래로만 흐르지만 사랑과 봉사는 거꾸로도 흐를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노인으로 대접 받기보다는 공동체에 헌신하려는 어르신들의 노력이 발자국이 되어 또렷하게 족적을 남긴다.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내 호반베르디움 더클래스 2차 아파트 노인회(회장 곽기욱)는 지난 16일 노인회관에서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평소 수고를 아끼지 않는 단지 내 경비원·미화원·동대표·이장·자체 선거관리위원·관리실 직원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겸한 위로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직접 가꾼 채소를 다듬고 갖가지 먹거리를 손수 장만해 대접했다.

입주민과 경비원 간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아파트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남의 얘기에 불과할 뿐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관리실에서 경로잔치를 먼저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인회 측에서 고사했고 오히려 수고하는 모든 관계자를 초청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아파트라는 단순한 주거개념을 뛰어넘어 함께하는 삶의 중심에서 노인회의 역할이 귀감이 되고 있다.

평소에도 노인회 측은 아파트 관리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단지 내 청소 등 환경 관리를 비롯해 공동체 삶을 가꾸기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특히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불화 해소에도 적극 나서면서 소통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단지 내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조성, 각종 채소를 키워 함께 식사할 때 식재료로 활용하고 이웃들에게도 나눠주는 등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파트로 만들어가고 있다.

곽기욱 노인회장은 “고루한 아집과 편견을 넘어 젊은 사고를 가진 유연한 자세로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에 노인회가 앞장설 것”이라면서 “노인회가 더욱 봉사에 힘쓰고 학생들에게 효도 장학금도 수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명숙 아파트관리소장(여·46)은 “가족 같은 마음으로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노인회는 관리실 직원은 물론 경비원과 미화원 모두가 존경하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호반베르디움 더클래스 2차 아파트는 2016년 9월에 입주를 시작해 현재 877가구 2천7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주민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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