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김창현 대구청소년참여위원장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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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08:12  |  수정 2018-05-23 08:12  |  발행일 2018-05-23 제29면
“자퇴 청소년 학교 돌아갈 수 있도록 ‘복학반’ 건의할 것”
“고교 자퇴 후 비행·탈선 반복
위기청소년 단체 알면서 변화
[이 사람] 김창현 대구청소년참여위원장
최근 대구청소년지원재단 산하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만난 김창현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 그는 이날 왼쪽 옷깃에 청소년참여위원회 배지를 달고 나왔다.

“제 삶의 교훈을 토대로 대구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앞장 서고 싶어요.”

김창현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19)이 최근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각오를 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말 선거를 통해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으로 뽑혔다. 선출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해 앞으로 1년간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는 대구 거주 청소년(만 9~24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대구시의 청소년 관련 정책과 사업에 의견을 제시하고 지역 청소년 권리·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을 한다. 이를 위해 대구청소년활동진흥센터는 청소년 1천명가량의 선거인단을 등록받았으며, 전국 최초로 열린 청소년대표 직접선거에서 선출직 위원 17명을 뽑았다. 김 위원장은 선출직 위원 17명에 더해 구·군청소년참여위원회 대표 8명, 추천직 위원 1명 등 총 26명으로 꾸려진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의 수장이 됐다.

김 위원장은 자신을 위원장으로 뽑아준 데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참여위원회를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의 지난 삶은 위태로운 비탈길을 걸어왔다. 부모님이 떠난 뒤 고등학교 자퇴로 학교밖 청소년이 되면서 비행과 탈선을 거듭했다. 당시엔 “그저 자유롭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위기청소년 지원단체인 ‘별을 만드는 사람들’의 심규보 대표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심규보 대표님께 오토바이 ‘삼치기’(3명이 한 오토바이에 타는 것)하다가 걸리면서 알게 됐어요. 이후 심야시간에 PC방을 이용하면서 위조신분증을 냈다 걸려 재판이 잡혔는데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에서 심 대표님이 보호자로 와주겠다고 하면서 인연이 깊어졌어요.”

대구청소년참여위원회에 지원해 보라고 처음 제안한 것도 심 대표였다. 제안을 받은 직후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원하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졌다. 이에 지난해 청소년참여위원으로 처음 뽑혔고 올해로 2년 연속 선발됐다.

“아이들을 학교 안과 밖으로 구분한 건 사회고 어른들이잖아요.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지만 어느 위치에 있냐에 따라 사회가 다르게 보는 시선이 싫었어요. 그걸 깨기 위해 참여위원회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탈선하는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자퇴한 청소년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별도의 복학반을 만드는 것을 건의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된다는 부담감을 줄여 더 많은 학교밖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소년 참정권 확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시장이나 시의원, 구의원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최소한 교육감만은 청소년들이 뽑을 수 있도록 해야죠.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으니까 어른 시선에서만 공약을 내고 어른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히잖아요. 그건 직접당사자인 청소년을 위한 교육감이 아니죠.”

위원장으로서 올해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바를 묻자 “청소년참여위원회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국적으로 청소년들이 이 기구를 잘 모르고 있어요. 그런데 청소년들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조직이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아는 만큼 이 조직의 힘도 강해져요. 앞으로 청소년참여위원회 홍보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제는 대학진학 준비를 한다는 김 위원장. 이미 검정고시는 합격했지만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시 시험을 칠 예정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배우고 싶다는 김 위원장은 “졸업 후에는 비행청소년들을 계도할 거예요. 심 대표님이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받은 만큼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 하는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위원장 활동도 제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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