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 매여 명분없는 대화 안해” 北에 특정조건 요구 충족 압박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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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4   |  발행일 2018-05-24 제4면   |  수정 2018-05-24
트럼프‘회담 연기론’왜 불쑥 꺼냈나
20180524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2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북미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경색 국면을 조성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2일(현지시각) 6·12 북미정상회담 연기론을 불쑥 꺼내들어 회담의 긴장감을 한껏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 직후 이뤄진 일문일답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있고 그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월12일에)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그 뒤 다른 시기에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어떤 경우에는 협상에 들어감에 있어서 가능성이 0였는데도 100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가능성이 굉장히 컸다가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완전한 비핵화’강한 의지 표명
단순한 엄포 이상 무게감 실려

‘체제 보장과 대대적 경제 지원’
회담 성공때 줄 당근책도 제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내비치면서도 ‘논의가 잘 안 되면 회담 자체가 안 열릴 수도 있다’ ‘결실이 없을 것 같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 등의 압박성 발언을 날려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북한의 대남·대미 비난으로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난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나온 점에서 단순한 ‘엄포성’ 이상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미국 측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명분있는 기준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단순한 시간표에 매여 북한의 페이스대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점을 확고히 내비쳤다는 관측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선물, 즉 체제보장과 대대적인 경제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보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일본 등 3국 정상과 모두 내가 대화를 했다”며 “3국 모두 북한을 도와서 북한을 아주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아주 많은 지원을 지금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다. 또 북한은 굉장히 번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지난 21일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합의를 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리비아의 지도자 같은 최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11년 미국의 개입으로 리비아 정권이 무너지고 당시 리비아 지도자인 카다피가 미국이 지지하는 반군에 의해 살해된 사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며 “그 부분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서는 서로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게 평가라는 점에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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